과밀경쟁 해소하고 노동시장 재진입 필요

▲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에 소재한 한 식당은 32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소득 감소와 민간소비 둔화 등으로 인한 앵갤지수가 높아지는 것이 자영업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가계 최종소비지출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점포당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감소 수치를 보였다.

이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의 여파도 있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가구 소득의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 위기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지만 ‘자영업의 과밀화·과포화’와 소득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영업의 과밀경쟁을 해소하고,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자영업 점포당 매출 감소세 전환

올해 자영업 점포당 매출이 2014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우리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자영업 동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자영업 집중업종의 올해 1~9월 개별 점포당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이는 최근 5년(2014년부터) 처음 있는 일이다.

휴업하거나 폐업한 자영업자는 올해 말 8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9월 기준 휴·폐업 비율이 3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이 위기에 놓였다는 징후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3분기 음식·숙박 부문에 대한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 규모는 13조1230억원(계절조정계열·실질기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 감소한 수치다.

음식·숙박업 소비는 2016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가계가 외식이나 국내여행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1월 소비자동향에서도 이런 점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식비 지출전망CSI는 92, 여행비 지출전망CSI는 89로 고꾸라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현재에 비해 6개월 뒤 관련 지출을 줄이겠다는 소비자가 늘린다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외식이나 여행을 꺼리는 대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향은 늘어나게 된다. 이에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 지출 금액은 22조63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 증가했다.

문제는 소득은 줄어드는데 식료품 지출이 증가하게 된다면 가계의 앵갤지수는 높아지게 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된다.

서울 시내의 편의점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소득의 감소, 소비 지출은 더욱 악화

소득이 줄어들고 있으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 소득이 7% 축소됐다.

이같이 1분위 가구 소득이 감소한 이유로는 이들 가구의 취업원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위 가구의 가구당 취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0.83명에서 0.69명으로 16.8% 줄었다.

반면 상위 20(5분위) 가구 소득은 지난해보다 8.8% 증가하면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1분위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식료품 지출만 늘어나는 앵갤지수가 높아지게 된다. 앵갤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외식 등이나 문화생활을 줄이고 소비 지출은 최소화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앵갤지수가 2007년 11.8%에서 지난해 3분기 13.8%로 상승했다. 올해 소득의 감소와 물가의 상승 등으로 인해 앵갤지수는 더욱 높안질 것으로 예측된다.

앵갤지수가 높다는 의미는 소비지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과밀화된 자영업...출구전략 필요

자영업의 위기를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정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가맹본부의 갑질을 근절하는 가맹업법 개정 등이 있고, 최저임금 속도조절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밀화된 자영업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식사업가이면서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을 참석, “우리나라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국내 외식업 시장이 포화 상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는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영업자 숫자가 많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수는 56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3%로 OECD 평균인 13.2%보다 훨씬 많다.

또한 기업형 자영업보다는 생계형 자엉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6년 기준 자영업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도소매(27.1%), 음식/숙박(22.2%), 운수(11.3%),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9.5%)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업종의 과다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하다. 인구 1만명당 도소매업체는 2010년 153개에서 2016년 166개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율은 2010년 15.9%에서 2015년 8.9%로 급격히 낮아졌다. 아울러 자영업자 존속 기간의 경우 1년 미만이 전체 25.8%이고 3년 미만은 58.1%이다.

이같이 자영업 과밀화에 따른 자영업 위기에 대해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국내 자영업자 규모는 감소추세지만, 현재 약 567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자영업의 노동시장 재진입 출구 열어야

홍 후보자는 자영업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정부가 자영업자의 과다경쟁을 완화하고 폐업 자영업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 특히 일부 업종이 과다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그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난 4일 편의점 출점거리 제한 자율규약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홍 후보자가 언급한대로 노동시장 재진입의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수출은 호황되고 있지만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는 현 산업구조에서는 쉽지 않다.

이에 산업구조 재편은 물론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홍 후보자는 “비과밀업종으로 전환을 위한 창업교육, 멘토링을 확대하고, 준비된 창업을 위한 사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정리 컨설팅과 점포철거 지원, 재기 교육·직업훈련 및 전직장려수당 지원 강화를 통해 임금근로자 전환을 지속해서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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