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넘기고 소소위 심사에 선거제도 연계까지

▲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초월회 오찬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471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불리는 2019년도 새해 예산안이 정치 논리에 갈기갈기 찢겨지고 있다.

이미 법정시한은 넘겼지만 언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될지 막연한 상태이다. 더욱이 밀실 심사라고 불리는 ‘소소위’에서 심사를 할 뿐만 아니라 소수 야당들은 선거제도와 연계를 시키겠다면서 천막 농성까지 벌어지면서 새해 예산안이 누더기 예산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통상적으로 법정시한에 맞춰 회계연도 개시와 함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착수한다.

그런데 예산안 처리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기획재정부가 준비해야 할 시기는 더욱 짧아진다.

이에 기업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년도 경영 방향 등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도 새해 예산안 처리가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7일 처리도 힘든 새해 예산안...기재부 수장은 교체

집권여당은 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했지만 결국 이날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야당은 오는 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날 국회 본회의가 열릴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런데 오는 4일 국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만약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열리고, 청문보고서를 국회가 채택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번주 안으로 기재부 수장이 교체가 된다.

즉, 오는 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홍 후보자가 새해 예산안을 회계연도에 맞게 집행할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3일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임시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치 논리에 휘둘린 새해 예산안

문제는 새해 예산안이 정치 논리에 휘둘렸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예산결산특위에서 예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하면서 여야 간사들이 참여하는 예산심사 ‘소소위’를 가동했다.

소소위는 속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개 회의이기에 밀실 심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여야 간사들의 정치적 논리에 의한 타협안을 찾는 것이기에 누더기 예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쪽지예산’이 난무하게 된다.

따라서 정치논리가 작동하는 것이 ‘소소위’ 예산 심사이다. 이런 이유로 소소위 예산 심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끝내 소소위 예산 심사를 선택했다.

선거제도와 연계하는 소수야당

더욱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도와 예산안 심사를 연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3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이날 정오 국회 사랑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난 자리인 ‘초월회’에서 충돌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협치라는 게 주고 받는 것 아니냐”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와 예산안 처리의 연계를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주권을 다시 찾는 것”이라면서 역시 연계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다소 뒤로 물러나는 분위기지만 역시 선거제도 개혁과 새해 예산안 처리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감인 것은 내년 예산안을 선거구제와 연계시켜 통과못시키겠단 얘기다.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연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예산안은 예산안이고, 선거구제는 선거구제”라며 별개 입장을 보였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예결위 소소위 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본청 예결위 회의장 출입문 앞에서 '밀실 예산 나눠 먹기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치 논리에 기업들도 타격

이처럼 정치권에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치 논리를 들이대면서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큰 문제는 기재부가 이달 중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해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해서 발표를 해야 기업들도 내년도 경영방향을 확정해서 발표할 수 있다.

즉,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기업들의 내년도 경영운용에 대한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급공사 비중이 높은 건설업체나 보건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새해 예산안 처리가 어떤 식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내년도 경영 운용을 확정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이 지금이라도 빨리 처리가 돼야 예산 집행 준비를 할 수 있으며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해서 발표할 수 있다”면서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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