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발 효과 적은 반도체의 수출 호황...고용 한파 부작용으로

▲ 부산항./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지난 16일 오후 1시 24분을 기점으로 올해 연간 무역액은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같은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업종이 반도체인데, 취업유발계수가 다른 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반도체가 수출을 주도하면서 고용은 그야말로 절벽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우리 고용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은 상태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 없는 수출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등 정부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른바 '고용 없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고용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반도체 성장 전망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고용 한파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홍보관인 딜라이트./사진제공=연합뉴스

1조달러 시대, 견인차는 반도체

우리나라 무역액이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역대 최단기간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는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무역액이 1조10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 1~10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난 5053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더욱이 견인차 역할은 반도체가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및 전자기기(20.1%)와 일반기계(40.8%)가 수출물량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완성차를 중심으로 수송장비(38.4%)와 정밀기기(56.5%) 등도 올랐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11.21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고용은 침체기, 돌파구는 보이지 않아

반면 고용 지표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는 건설업 고용 개선,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 등으로 전년동월 대비 약 6만4000명이 증가한 약 2709만명이다. 반면 실업자는 전년동월 대비 약 7만9000명이 증가한 97만3000여명으로 조사됐다.

수출 호조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용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지 말아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고용 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때문으로 통계는 해석하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광업·제조업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광업·제조업 출하액과 부가가치는 각각 1516조4000억원, 54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0조원(7%)·41조원(8.1%) 증가했다. 이는 2011년 이후 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일자리는 줄어들었는데 광업과 제조업 종사자 숫자는 296만8000명으로 전년대비(296만9000명)보다 1000명 감소했다.

반도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지난해 종사자가 33만6000명으로 전년대비(31만7000명) 1만9000명 증가했다.

반면 조선업은 14만3000명으로 전년대비(16만4000명)보다 2만1000명 줄어들었다. 자동차 산업 역시 35만4504명에서 35만1916명으로 2천588명 감소했다.

산업구조 재편 필요성 제기

결국 고용유발 효과가 적은 반도체가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고용 한파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업유발계수가 반도체 업종은 3.6명에 불과하고, 석유화학은 1.9명이다. 우리나라 산업 평균 ‘취업유발계수’가 12.9명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이 증가하면 늘어나는 취업자 숫자를 말한다) 즉, 반도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실제로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이유는 강성노조에 따른 신규 공장 설립을 꺼린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는 1996년 아산공장 설립이 마지막이었으며 삼성전자 역시 최근 들어 해외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제조업 근로자 1만명 당 산업용 로봇 대수는 한국이 531대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장치 산업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고용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고용 없는 수출 호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 제조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유발계수를 살펴보면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2배에 가까운 16.7명을 기록한다는 점을 볼 때 서비스업에 대한 집중 투자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재홍 벤처기업협회 벤처스타트업위원장(베이글랩스 대표)은 성명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규제 개혁이 시대적 흐름이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제라도 각 정부 부처가 함께 달려들어 규제를 풀고 성공사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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