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노동계 정치적 합의에 반발 목소리 커져

▲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공모제 전환'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노사가 윈윈하는 이상적 모델로 평가됐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광주시와 노동계가 정치적 합의를 했다면서 반발 목소리를 커지고 있으며 대체 지역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정책이지만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의 이견은 점차 커지고 노동계도 반발하면서 그야말로 난관에 봉착했다.

오는 30일까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숙제를 광주시와 현대차 모두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지자체에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되면 자신들이 그 일자리를 유치하겠다고 혈안이 되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노사의 이상적 모델,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노사 모두 살릴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됐다. 기존 자동차 생산직 연봉의 반값 수준인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 및 복지 지원으로 낮은 임금을 보전하는 시스템이며, 고용절벽 시대에 청년실업 문제를 푸는 노사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다.

또한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파업만 하면 올스톱 되는 울산공장을 벗어날 수 있기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복지 분야를 정부와 지자체가 담당할 수 있으니 현대차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난 6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협조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협상 나섰던 현대차, 갑작스럽게 난색 표한 이유는

지난 2014년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광주형 일자리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 이용섭 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투자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도입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면서 미래는 결코 밝은 편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적정임금, 노동시간 그리고 5년 임금단체협약 유예 등이다.

이는 광주시에서 당초 연봉 3000만원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노동계는 평일 야근·주말 특근수당 등을 제외하면 2000만원대 초반에 그친다면서 최저임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광주시는 노동계와 함께 손을 잡고  ‘주 44시간, 연봉 3500만원’이라는 수정 협상안을 만들었는데 노동계가 재차 반발하면서 근로기준법상 1일 8시간, 주 40시간에 12시간 한도 내에 연장·휴일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합의문을 수정했다. 

이 합의문이 시행된다면 특근비를 따로 지급해야 하는 현대차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더욱이 광주시는 당초 현대차에게 '5년간 임단협 유예' 조항을 제시했는데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이 조항이 사라졌다. 이는 광주시와 노동계가 협상 과정에서 매년 논의하는 것으로 수정돼 초래된 것이다.

그러자 현대차는 이럴 것이면 굳이 광주형 일자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에게 광주형 일자리를 가장 큰 매력은 파업을 5년 동안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노사 갈등 등으로 울산공장을 비롯한 주요 공장에서 생산 차질을 빚었고, 그로 인한 피해가 막대했는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매년 파업하는 공장 하나를 더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광주시는 최근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생산을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로서는 아직까지 전기·수소차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공장을 변경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 집행부가 지난달 31일 광주형 일자리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졸속으로 진행하는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 결정 앞두고 대체 지역 논란 속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이처럼 난관에 부딪히면서 일부 지자체 혹은 정치권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대신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3정조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윈윈(win-win)하자는 건데 기업을 배제하고 작성된 합의문을 갖고 논의 테이블에 기업 보고 일방적으로 나오라는 것은 협박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속 합의점을 못 찾으면 군산 등 제3의 대안도 모색할 때가 됐다. 공모형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군산에 유치할 것을 주문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광주에서 합의가 안 되면 다른 곳, 원하는 데에서 해야 될 것”이라며 “군산에서도 원한다”고 언급, 군산 유치에 힘을 실어줬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를 군산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최종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오는 30일까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군산형 일자리’ 혹은 ‘XX형 일자리’ 등으로 불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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