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국정조사 합의...여야 얻은 것과 잃은 것

▲ 국회정상화에 합의한 문희상 국회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21일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 발표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여야 5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를 했다. 지난 13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 의사 일정 보이콧을 시사한 이후 일주일만에 정상화에 접어들었다.

지난 13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인사전횡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면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5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본회의는 무산됐다.

이어 지난 19일부터 자유한국당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에 사립유치원 비리 국조를 첨가하면서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이로 인해 국회는 올스톱 됐다.

그런데 이날 여야 5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를 하면서 국회는 다시 숨통이 열리게 됐다.

여·야가 국회정상화에 합의한 21일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여야 5당 원내대표

우선 야당이 요구해온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정기국회가 끝난 후 실시키로 했다.

공공기관은 사건의 당사자인 서울시교통공사뿐만 아니라 야당과 연루된 강원랜드 등 전 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2015년 1월 이후 일어난 사건에 한(限)한다.

아울러 교착상태에 빠졌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는 민주당 안대로 7명(민주), 6명(한국), 2명(바른미래), 1명(비교섭) 등 16명으로 구성한다.

또한 일명 윤창호법과 사립유치원 관련법 등 민생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키로 했다.

육참골단 민주당, 국정조사 내어주고 국회 정상화

민주당으로서는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기에 육참골단(肉斬骨斷 :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 전략을 구사했다.

새해 예산안을 법정기한 전까지 심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신의 살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내어주고 새해 예산안 심사 및 민생법안 처리라는 뼈(骨)를 얻은 셈이다.

더욱이 지난 15일 본회의 무산으로 처리되지 못했던 60여건의 무쟁점 법안은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했으며 김성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법안 처리를 위해 3당 실무협의를 재가동하고, 정기국회 내 관련법들을 처리키로 하면서 상대방에게 살(肉 : 국정조사 실시)을 내어주면서 뼈(骨 : 국회 정상화)를 취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의장과 국회정상화를 위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성동격서 한국당, 사립유치원 국조 그리고 고용세습 국조

반면 자유한국당은 성동격서(聲東擊西 :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 전법을 구사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9일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 느닷없이 사립유치원 비리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곧바로 “요구조건이 수시로 바뀐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후 20~21일 이틀 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사립유치원 국조를 내걸면서 홍 원내대표를 압박했고, 공공기관 고용세습 국정조사라는 결실을 얻게 됐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고용세습 채용비리라는 사회적 문제를 뿌리뽑고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정신”이라고 이번 합의를 설명한 것을 보면 자유한국당이 고용세습 의혹 국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다.

국회정상화에 합의한 문희상 국회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21일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사진제공=연합뉴스

계륵 소수야당, 캐스팅보터 역할

반면 소수야당은 계륵(鷄肋 : 닭갈비로 삼국지 고사에 나오는 일화로 먹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것을 말한다)이었다.

국회 의사 일정 올스톱은 소수야당에게는 버리기도 아깝지만 취하기도 아까운 카드였다. 국회 의사 일정 올스톱을 하게 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지만 국회를 올스톱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원내 1당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기에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한다고 해도 큰 타격이 없지만 소수야당들은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비난의 여론은 들끓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회 의사 일정 전면 보이콧 카드를 버리기는 아깝다.

결국 소수야당이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은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정국과 민생법안 처리 정국에서 소수야당들의 역할에 따라 두 거대 정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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