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100명 넘게 임기 종료…“경영진의 중장기계획이 인사에 영향”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연말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국내 금융권 역시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하고 있어, 재신임과 중용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은행권의 경우 1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 14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올해 끝난다고 19일 밝혔다.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은행권의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돼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KB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기업이미지./사진=뉴스워치 디자인팀

이중 KB증권의 윤경은 사장과 전병조 사장의 두번째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으로 시작된 각자 대표 체제는 2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두 사장의 임기가 연장됐다.

다만, 두사람은 KB금융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사업인 발행어음업을 취급하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지 못하면서 재신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KB자산운용 이현승 사장과 조재민 사장,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김해경 KB신용정보 사장,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등의 임기가 내달 끝난다.

KB국민은행의 임원 20명 가운데 18명의 임기 역시 올해까지이다.

KB금융, 안정 對 변화 갈림길

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를 연장해 안정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경영실적이 탁월해 변화를 택하기에도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조153억원, 당기순이익 3조3435억원, 올해 1∼3분기 영업이익 3조8793억원, 순이익 2조8692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업계 2위 신한금융지주는 대거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조병용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의 13개사 가운데 제주은행과 신한리츠운용을 제외한 11개사 대표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다.

신한지주, 조 회장 채용비리 재판 결과가 변수

이중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대표는 차기 신한지주 회장의 당연직 후보가 되는 자리라, 물갈이가 예상된다. 현재 대표 대부분이 조 회장의 전임자인 한동우 전 회장이 임명해서 이다.

다만, 조 회장이 채용 비리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에 향후 재판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외부 청탁으로 지원자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임기가 내달까지인 부문장 4명과 부사장 3명 등 지주 임원 인사와 함께 신한은행의 부행장 7명과 부행장보 6명의 인사도 예고돼 있다.

역시 업계 3위로 도약한 우리은행은 행장과 감사를 포함한 임원 24명 중 13명이 내달 8일 임기가 끝난다.

우리銀,  지주사 출범 전후 대규모 인사 예고

내년 1월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설립 예정인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등 6개 자회사와 우리카드 등 16개 손자 회사, 1개 증손회사(우리카드 해외 자회사)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의 경우 상무 임기가 2년, 부행장은 1년이라, 부행장은 매년 얼굴을 바꾼다.

현재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임원을 부사장급 이하로 4∼5명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지주 부사장은 은행의 부행장급이다.

우리은행은 임원 인사를 언제 단행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달 28일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는 주주총회가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우리종금 사장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큰 규모의 인사를 예상할 수 있다”며 “우리은행 손태승 은행장은 실력이 검증된 투명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3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은행, 금융투자, 캐피탈, 카드, 자산신탁, 펀드서비스, 대체투자자산운용, 핀크 CEO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금융·농협지주, 경영진의 중장기계획이 인사에 영향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판결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연임이 유력하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지주와 은행 임원 30명도 인사 대상이다. 현재 하나금융은 은행 부행장과 전무 상당수가 지주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6일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의 CEO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졌다. 이들 역시 내달 임기가 끝난다.

이중 이대훈 은행장은 연임이 유력하다. 농협은행이 올해 1∼3분기 순이익 9339억원을 달성하면서 2012년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 캄보디아 법인을 공식 출범하는 등 해외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김광수 회장은 “자회사 사장 임기가 짧은 편이다. 사장이 단기 계획보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장기성장동력 평가’를 할 것”이라며 자회사 사장의 재신임 의사를 천명했다.

농협은행은 부행장 12명 중 7명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통상 은행 임원 임기는 통상 ‘2+1’년”이라며 “채용비리, 디지털 바람, 경영진의 중장기계획 등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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