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조원 GBC건립에 반기…연간 3만개일자리 허공으로
‘차기 대권 노린 포석’…두 사람 임기, 2022년 5·6월 각각 종료

지난달 하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오른쪽부터)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정수남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현대자동차가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업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액은 차치하더라도, 현 정부가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바로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부지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14년 하반기 10조원을 투입해 GBC 부지를 확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어 지난해 4월 환경영향평가를 가결하고 GBC 건립에 힘을 보탰다. GBC가 박 시장이 추진하는 동남권개발 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부지 구입비 10조5500억원, 건설비 최대 3조원을 각각 투입해 서울 삼성동 옛 한전 사옥 부지에 GBC 건립을 추진한다. GBC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차

박 시장이 추진하는 동남권개발 사업은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과 삼성동 코엑스, GBC, 잠실 제2 롯데월드타워를 잇기 위한 영동대로 지하공간과 옛 서울의료원, 잠실종합운동장을 개발하는 166만㎡ 대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사업이다.

이곳에는 국제적인 생활체육 시설을 비롯해 부가가치가 높은 MICE 시설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마이스는 박 시장이 시의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사업으로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 등을 말한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 패한 이후 MICE를 바탕으로 빠르게 경기를 회복했으며, 현재 세계 주요국은 MICE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독일은 MICE 산업 세계 1위 국가이다.

이를 감안해 박 시장도 지난 2014년 하반기 동남권MICE 추진단을 꾸렸다. 이후 이 조직은 동남권사업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다만, 이달부로 시청의 동남권조성과로 조직이 축소됐다.

국토부가 심의를 보류하면서 4년째 GBC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사진=정수남 기자

지난해 4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자, 박 시장 역시 동남권 개발에서 발을 뺀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고려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문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보다 50일 늦은 2022년 6월 30일 임기가 끝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으로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역시 7월 심의에 이어 최근 심의에서도 GBC의 인구유입 관련 추가 대책을 현대차에 요구하며, 심의를 내달로 연기했다. 수도권정비위는 1만㎡ 이상 대지에 새로운 인구유발시설을 지을 때 거쳐야 하는 심의 절차이다.

박 시장이 추진하는 동남권개발 사업은 영동대로 지하공간과 옛 서울의료원, 잠실종합운동장 등을 개발하는 166만㎡ 대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사업이다. 삼성동 무역센터빌딩에서 바라본 잠실야구장 등 송파구 일대. 제2 롯데월드타워(가운데) 건설이 한창이다./정수남 기자

현대차는 정비위의 요구를 보충해 내달 심의에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심의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치동 미도아파트 상가에서 부동산중개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49,남)는 “지난해 상반기 정부 출범 이후 대내외적 상황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며 “정부 안에 GBC 건립에 대한 부정정인 입장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GBC 건립에 따른 인구유입보다는 현 정권이 이 일대 부동산 가격상승 등을 이유로 GBC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게 김 모씨 설명이다.

반면, 현대차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한 고위 관계자는 “GBC 건립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순리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야구장 일대 야경./사진=정수남 기자

다만, 현재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일부 내실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나고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지 구입비 10조5500억원, 공사비 2조5000억원∼3조원 등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한데다 지난 4년 간 공사 중단으로 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자동차사업의 난조로 그룹의 주력인 현대자동차의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1조5821억원으로 전년 동기(71조8752억원)보다 0.4%,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9%(3조7994억원 →1조9210억원), 43%(3조2585억원→1조8483억원) 급감한 점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동을 비롯해 동남권개발은 이미 노출될 대로 노출됐기 때문에 현지 부동산 가격 역시 오를대로 올랐다”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며, 이핑계 저핑계로 GBC 건립을 보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잠실 제2 롯데월드타워(위)를 건립했다. 붉은색 건물 왼쪽이 GBC 부지이다./사진=정수남 기자

이 전문가에 따르면 GBC 건립에 최소 3조원 정도가 투입될 예정이라, 연 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기대된다. 현 정부에서 3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다는 게 이 전문가 분석이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부동산이 다소 올라도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도 생각을 바꾸고 현대차의 GBC 건립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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