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해방구?...국민청원 게시판 폐지론 등장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한 주점에서 남성 일행과 여성 일행이 서로 폭행한 ‘이수역 폭행사건’의 불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튀고 있다.

피해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머리가 짧아서 남자들에게 집단폭행 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분노한 30만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피해로 추정된 여성 일행들이 먼저 소란을 일으켰고, 남성일행에게 먼저 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몰려가서 동의를 한 세태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시작해서 게시판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갈등의 해방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당초 청와대가 국민의 여론을 듣겠다는 의도로 만든 것이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그리고 20만명 이상 동의를 한 청원 글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소통 정책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게시판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갈등의 해방구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했다.

사소한 이유만 발생하면 무조건 국민청원 게시판에 몰려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억울한 사연 등을 청와대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신문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곤란한 경우도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조선시대는 삼권분립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국회를 해산시켜달라’ 혹은 ‘사법부를 해체시켜달라’는 식의 청원 글에 대해서 청와대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블랙컨슈머(기업 등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제품을 구매한 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자)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업들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리면서 기업들도 난감한 경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업 관련 청원 글이 올라오면 상당히 곤혹스럽다.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이유로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면서 청원 게시판이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기업들에게는 쳐다보기도 싫은 게시판이 됐다.

또한 이번 이수역 폭행사건과 같이 실체적 진실과 다른 내용이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국민들을 혼돈에 빠지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게시판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수역 사건이 커지게까지 큰 역할을 했던 청와대 청원제도의 개선 또는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것을 기획한 사람들은 제도적으로 SNS와 더불어 청와대의 청원제도를 주 경로로 삼았다”며 “혐오 프레임이 작동하여 30만 명에 달하는 청원 서명자가 생겼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 담보로하는 냉소 배설 창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익명을 담보로하는 냉소 배설 창구가 된지 오래 됐다. 예를 들면 ‘전철을 기다리기 힘들다’부터 ‘데이트 비용을 국가가 지불해달라’는 등의 엉뚱한 글에서부터 민원성 글까지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청원 게시판의 실명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신의 글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다른 포털사이트나 SNS 등에 회원 가입이 돼있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됐고, 결국 자신의 글에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는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 

물론 생존이 걸린 문제나 억울한 일을 당한 청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청원도 있기 때문에 갈등의 해방구가 아닌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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