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폭행 사건에 폭력적 이념 잣대 들이대

▲ '이수역 폭행' 피해자로 주장하는 여성이 게시한 피해 증거사진./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이수역 폭행 사건이 성(性) 대결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쌍방폭행이라는 실체적 진실이 최근 불고 있는 성 ‘혐오’ 논란에 덧씌워지면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경찰의 조사 중인 상황에서 아직까지 밝혀진 실체적 진실은 없는 가운데 대중은 단편적인 정보만 취합을 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고, 또 다른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암울하게 드리워진 젠더 갈등의 한 단면을 ‘이수역 폭행 사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단순한 폭행 사건에 폭력적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젠더 혐오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이수역 폭행

지난 13일 새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성인남성 5명과 여성 2명이 쌍방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초반에 커플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점차 주점이 시끄러줘지자 주변에 있던 가해자라고 불리는 남성일행들이 해당 여성들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소란이 지속되면서 여성 일행과 남성 일행이 말다툼이 점차 증폭됐다.

이후 커플 일행은 소란에 말려들어가기 싫다면서 자리를 떠났고, 여성 일행과 남성 일행은 말다툼을 넘어 쌍방폭행을 가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여성 일행 중 한 명은 뒷통수가 찢어질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일단 쌍방폭행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그 다음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짧게 자른 머리를 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들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젠더 혐오로 옮겨 붙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라고 불리는 남성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30만명이 동의를 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문제는 반전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로 주장하는 여성일행이 먼저 주점 안에서 소란을 피웠고, 그 과정에서 남성 일행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여성 일행은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웠다. 그리고 여성 일행이 먼저 남성 일행의 목덜미를 잡았다는 것이 CCTV를 통해 확인했다.

또한 여성 일행들이 남성 일행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 비하 욕설을 한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번지면서 비난을 받았던 남성 일행에게 동정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이 발로 찼고, 그로 인해 계단 모서리에 뒷통수가 부딪히면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가해자라고 불리는 남성들은 여성이 계단에 굴렀을 뿐이라면서 자신은 폭행을 가하지 않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쌍방폭행, 하지만 젠더혐오로 번져

경찰은 쌍방폭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 역시 쌍방폭행이라고 규정 지었다. 법적 의미의 폭행은 사회통념의 폭행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람을 때리는 것이 폭행이 아니라 멱살만 잡아도 법적으로는 폭행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수역 폭행 당사자들 모두 폭행을 한 셈이 되기 때문에 쌍방폭행으로 경찰은 귀결을 지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여성혐오·남성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가장 최대 문제 중 하나인 젠더 혐오가 오프라인으로 번지게 된 셈이다.

경찰의 조사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시한 채 ‘혐오’ 여론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쌍방폭행이라는 실체적 진실은 덮어두고 ‘혐오’ 대결로 번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이번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여론전에 대중이 현혹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불필요한 젠더 혐오, 도대체 왜

사실 성대결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대결을 넘어 이제는 ‘혐오’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남녀는 대립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서로 공존하는 존재인데 그것을 점차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결해서 없애야 하는 ‘적(敵)’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성차별은 존재하고 그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 제도’ 혹은 ‘사회적 풍습’을 없애야 하는 것인데 최근 젠더 대결은 이런 사회적 제도 혹은 사회적 풍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성(性)을 없애야 한다는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다.

남성은 여성을 ‘김치녀’ 등으로 규정하면서 여성을 없애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이른바 ‘일간베스트’(일베)가 온라인 커뮤니티로 등장했고, 그에 반대되는 ‘메갈리아’ 등에서는 남성을 ‘한남(한국남자)’으로 비하하는 등의 대결 국면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사실상 없애야 할 존재는 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제도 및 관습인데 오히려 성 자체를 없애려고 하면서 혐오로 옮겨졌다.

혐오를 즐기는 기득권, 그들에 종속된 사람들

문제는 혐오 대결을 정치적 기득권에서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양성 평등을 넘어 혐오 대결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페미니즘이 포퓰리즘을 만나면서 정치로 발현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정치권이나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페미니즘과 젠더 혐오를 구분해야 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행보를 해야 하는데 페미니즘과 젠더 혐오를 혼동하면서 젠더 혐오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미하면서 젠더 폭력 대결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그에 종속돼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과거 마오쩌둥의 이른바 문화대혁명의 홍위병 역할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과감하게 폭력의 칼날을 들이댄 것과 같이 젠더 혐오는 그런 양상을 띄고 있다.

이번 이수역 폭행 사건 역시 혐오의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됐다. 그리고 그 혐오를 다시 젠더 혐오로 포장한 상태다.

이에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과 젠더 혐오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할 공존의 대상이지 ‘척결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가 척결해야 할 대상은 성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과 젠더 혐오를 구분해야 하며, 젠더 혐오에 밥 숟가락을 얹어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곡학아세의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