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보호 위해 내놓았지만 금융권·소비자 혜택 없어

▲ 지난 7월 20일 오전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로페이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소상공인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로페이 사업이 다음달 시범사업을 앞두고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제로페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도입하는 소상공인간편결제 시스템을 말하는데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발을 빼고 있으며 금융권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사실상 없어 과연 성공적으로 안착을 할 것인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제로페이 사업이 정부 주도 사업이라는 점에서 관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첩첩산중이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사업이 오히려 소상공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 논란에 급하게 내놓은 제로페이

제로페이는 다음달 17일 시범도입에 들어가는데 소비자가 휴대폰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으로 가게에 설치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현금이 지불되는 시스템이다.

신용카드 결제가 카드사-부가통신사업자(VAN·밴사)-전자지불대행사(PG) 3단계를 거쳐 지불되는 시스템이라면 제로페이 시스템은 한 단계 줄인 것으로 그만큼 수수료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은행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건당 2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서울시는 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경감해 주기로 했다.

이에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가 면제되면서 ‘제로페이’란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원래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페이’로 도입한 제도이지만 지난 7월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상공인 반발이 극심해졌고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급하게 제로페이를 내놓으면서 소상공인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지난 7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로페이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카카오·BC 불참선언...은행권은 속앓이

하지만 제로페이에 대한 부작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18개 은행과 네이버 등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비씨카드, 카카오페이는 최근 불참을 선언했다.

비씨카드는 280만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페이는 23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참은 제로페이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씨카드는 결제 방식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카카오페이 역시 카카오페이 가맹점과 이용자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검토한 결과 참여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참여한 은행권 역시 속앓이를 앓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없애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수수료를 고스란히 은행권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 소상공인 66만 곳에서 모든 결제를 제로페이를 할 경우 은행이 포기해야 하는 수수료는 연간 약 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은행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돈이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로페이가 영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제로페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은행권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할 경우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제로페이의 취지에 반기를 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에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소비자 혜택도 부족한 제로페이

제로페이의 또 다른 단점은 신용카드 결제와는 달리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포인트 적립과 함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제로페이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이에 정부는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은 40%로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 15%의 2배 넘고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 30%와 비교해도 10%p 높다. 하지만 과도한 소득공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제로페이가 소득공제 이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으면서 신용카드의 혜택과는 비교가 되면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외면하게 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면 제로페이 사업은 좌초될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관치 경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

또 다른 문제는 관치 경제 논란이다. 간편결제시스템도 시장자유주의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하면서 관치 경제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간편결제시스템이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해서 간편결제시스템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결국 시장자유주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앞으로 간편결제시스템이 국내에 안착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로 뻗어나가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간편결제시스템 시장이 안착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직접 간편결제시스템 시장에 사업자로 뛰어든다는 것은 간편결제시스템 시장을 죽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관치 경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제로페이 사업의 안착을 위해 초창기 다양한 혜택 등을 구사하게 된다면 간편결제시스템 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 역시 출혈경쟁을 하게 되면서 정부와 다퉈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던 간편결제시스템 사업자로서는 정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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