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원 배상금과 북한과의 관계 등 꼬여가고

▲ 방탄소년단./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최근 일본이 인기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도발이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 극우단체 및 언론들이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지난해 월드투어 당시 ‘광복티셔츠’를 입은 것을 두고 ‘원자폭탄의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며 반일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소속사는 ‘원자폭탄의 피해자를 조롱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극우단체와 언론들은 지속적으로 방탄소년단에 대한 비판의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달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판결한 강제징용 배상 내용에 대한 불만을 엉뚱한 곳에 표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결이 가장 고민 중 하나가 됐다. 자칫하면 천문학적인 배상 금액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도 꼬여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린 도쿄도 분쿄(文京) 도쿄돔 공연장 인근 수이도바시(水道橋)역 앞에서 우익 인사가 혐한(嫌韓)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日, 방탄소년단 걸고 넘어져

방탄소년단(RM,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멤버 지민이 지난해 월드투어 당시 입었던 광복티셔츠는 일본 원폭 투하 사진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일본 극우단체 및 언론은 지민이 일본 원폭 투하를 기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BTS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가 잇달아 이어졌다. TV아사이 ‘뮤직스테이션’ 측은 BTS 출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복티셔츠는 말 그대로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광복을 했다는 의미의 티셔츠이고, 원폭 투하로 인해 광복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 원폭 피해자를 조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광복티셔츠 제작자의 설명이다.

또한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SWC(Simon Wiesenthal Center)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한국 그룹 BTS가 과거 나치 SS 데스헤드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사진 촬영을 했다. 그리고 콘서트 무대에서 든 깃발은 나치 모양과 비슷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광복티셔츠는 원폭 피해자를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인 정치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반대한다면서 “이러한 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과거 역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콘서트 무대에서 든 깃발이 나치 모양과 비슷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서태지 기념 공연에서의 깃발은 나치와 상관없으며, 교육시스템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속사의 설명이 있으면서 오히려 세계에서는 일본의 우리나라 침탈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며, 일제강점기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게 됐다. BTS의 전세계 팬들이 일본의 한국침탈 역사를 공부하게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제공=연합뉴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BTS 문제제기

일본이 BTS에게 문제제기를 하게 된 시점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 불똥이 방탄소년단에게 튀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이는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징용판결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징용된 분은 아니다”라며 “(자발적으로) 모집에 응한 분”이라고 규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일제 강점기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모집과 관 알선, 징용이 있었다”며 “이번 재판에서 원고는 모집에 응한 사람들이므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하급심 판결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27명은 일본 전범 기업 ‘후지코시’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변론기일이 오는 23일로 잡혔다.

또한 신일철주금, 과거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또 다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도 23일이다.

또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또한 예정된 기일보다 2주 앞당겨진 다음 달 5일 진행된다.

이미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하급심 법원 역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선 일본이 판결을 수용할 경우 22조원의 배상금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강제징용자로 규정한 사람은 사망자를 포함해서 22만명이다. 한 사람당 1억원씩 배상을 해야 한다면 22조원의 배상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의의 여신상./사진제공=연합뉴스

북한과의 관계 원하는 일본, 배상청구는

더욱이 또 다른 문제는 북한과의 수교 등을 원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이번 배상판결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 시절 대일청구권을 통해 합의를 했기 때문에 국가 대 국가로 배상청구를 할 자격은 이미 상실했다.

하지만 북한은 얘기가 달라진다. 아직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배상청구 협상을 하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자신들과의 수교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서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있기에 이들까지 합친다면 일본 정부는 파산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일본 극우단체와 언론들이 BTS에 도발을 한 이유도 배상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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