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행방 놓고 팽팽한 긴장감 감돌아

▲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KDB산업은행, 한국GM, 노조는 4050억원이라는 음식 앞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자신들이 먹겠다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은이 올해 말 한국GM에 지급키로 한 미지급 돈의 행방을 놓고 산은과 한국GM 그리고 노동조합 간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더욱 얽히는 모습이다.

한국GM은 지난달 법인 분리 주총 의결을 하자 노조에서 반발을 했고, 그 해법으로 산은이 제3자 테이블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GM측은 양자 테이블을 만들자고 역제안하면서 천문학적 금액은 누구의 손에 떨어질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4천억원을 산은이 GM에 미지급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당 금액을 지급한다고 해도 한국GM이 과연 한국에서 철수를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답도 없다. 또한 노조의 반발 역시 거세기 때문에 노조도 잠재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산은의 고육지책, 3자 대화 공식 제안

GM이 지난달 19일 산은을 배제한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결정하면서 3자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노조는 당장 반발하면서 파업을 불사하고 있으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한 상태다.

산은 역시 GM 측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갈등은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은, GM측, 노조가 참여하는 3자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한국지엠에 출자하기로 한 8100억원 중 올 연말 투입될 예정인 나머지 4050억원의 집행은 ‘국민 다수의 요구가 있다면’ 중단할 수 있다”면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GM측에게 3자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나머지 미지급금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이는 GM과 노조를 동시에 압박해서 한국GM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산은은 이와 더불어 노조를 대상으로 업무방해죄로 고소했고, GM측은 이사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업무상배임 형사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정상화의 길을 밟겠다는 의도다.

이에 노조는 ‘한국GM이 노조와 합의할 때까지 남은 지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조건부 참여의 뜻을 밝혔다. 노조로서는 자신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힌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사측은 노조를 제외한 산은과의 양자 대화를 역제안했다. 사측은 노조와 함께 4050억원을 나눠먹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즉, 4050억원을 놓고 GM측과 노조 그리고 산은이 서로 팽팽한 힘겨루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미지급 계약 파기, 후폭풍은

GM측은 아직까지 4050억원의 미지급금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돈을 받지 못한다면 철수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GM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철수한 사례가 있기에 산은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철수를 결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산은과 GM은 지난 5월 향후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81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한다는 합의를 맺었다.

GM 입장에서는 지급되지 않았던 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계약을 파기한 것이라면서 철수 명분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자금지원이 철회될 경우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결심이 굳은 산은, 철수도 불사

이 회장의 결심은 굳은 모습이다. 이 회장은 “10년간 한국에서 생산·투자한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며, 당장 내일 철수할 수도 있다”며 “노조가 그것을 주장하면 정부에 가서 한국지엠의 문을 정말 닫을 것인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한국GM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사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민적 정서가 과연 어디로 향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많은 액수의 지원금 행방을 놓고 산은과 GM 그리고 노조의 힘겨루기는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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