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천미트 파문 통해 드러난 식품업계의 벙어리 냉가슴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식품기업 대상그룹의 청정원에서 생산·판매해 오고 있는 런천미트에서 최근 세균이 검출됐다. 이에 대상 그룹은 리콜에 사과까지 하면서 주가 하락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조사의 책임이 아닌 검출 실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는 식품안전나라가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유통된 식품 중 기준이나 규격에 부적합한 판정을 받아 회수 및 판매중지된 제품을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공개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생산·판매자는 해당식품 판매를 중지한다.

런천미트 역시 지난달 22일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회수·판매중지 사실이 공지되면서 소비자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제조사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식품안전나라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는 식품업계는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회수·판매 중지 조치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에서 회수·판매중지 조치 결정이 내려지면 하소연도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리콜 조치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하소연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런천미트에서 세균 검출, 대국민 사과로 이어져

지난달 초 충남 천안 거주 소비자가 런천미트를 구매해서 개봉을 했다. 그런데 변질 의심이 들어 해당 제품을 신고했고, 충남도청은 대상 천안공장서 견본제품 5개를 수거 및 실험을 단행했다. 

이후 충남도는 지난 23일 식약처에 해당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렸고, 식품안전나라에 공지를 띄운 후 곧바로 회수·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24일 대상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런천미트를 포함한 캔햄 제품 전체의 생산과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당시 대상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런천미트는 멸균제품이기에 세균 검출이 절대 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식약처의 처분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즉, 식약처의 회수·판매중지 결정에 반발을 하지만 식약처의 결정이기 때문에 우선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국감에서 식약처 결정에 이의제기

그런데 식약처의 런천미트 처분에 대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류영진 식약처장은 런천미트에서 발견된 세균에 대해 “살모넬라라든지 병원성 출혈성 식중독균은 아니고, 일반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많이 나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통상적으로 대장균은 섭씨 80도만 돼도 계란 노른자처럼 익어 굳어버린다. 따라서 100도 이상으로 멸균처리한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될 수 없다.

이에 해당 제품이 멸균되지 않거나 열처리한 제품을 식히는 냉각이나 유통 과정에서 재오염됐거나 해당 제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장균이 감염됐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제조사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식약처에서는 대장균이 발견된 이유에 대한 원인 분석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만약 제조사 책임이 아니라고 판명될 경우 대상은 그야말로 억울한 상황이 된다.

또한 시일이 지날수록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라 실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유력해지고 있지만 대상그룹은 그에 따른 피해가 상당했다.

대상 주가는 지난달 23일 전날 대비 2.81 떨어진 2만4250원을 기록했고, 그 다음날인 24일은 0.41% 오른 2만4350원에 거래되는 등 요동쳤다.

지난달 22일 종가는 2만4950원으로 총금액 8644억이었는데 지난 6일에는 2만2600원으로 총금액 7830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보름만에 814억원이 공중으로 증발했다.

증권 관계자는 미국발 증시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 시점이지만 대상그룹 주가의 경우에는 런천미트 파동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식약처의 회수·판매 중지 결정과 대상그룹의 대국민사과 등이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 회수·판매 중지 결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국가 식품안전제도 자체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문제 제기를 했다.

식품안전나라 사이트 캡쳐

식품안전나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문제는 식품안전나라에는 계속해서 회수·판매중지 제품의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그중에는 대상의 런천미트와 같은 억울한 사연도 있다.

식품안전나라에 공지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한 제약회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입 과정에서 철저하게 제품을 실험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프로바이오틱스 수의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식품안전나라에 공지가 됐다. 문제는 제품의 실험이라는 것이 실험 대상과 환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다”면서 식약처의 실험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나라에 공지가 됐기 때문에 식약처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물론 문제제기를 했을 경우에는 재차 실험을 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따라 회수·판매중지가 철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미 식약처의 결정에 따라 회수·판매 중지가 된 상태이고,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위생이 불량한 제품’으로 인지하는 등 제조사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규모가 큰 식품회사들은 식약처의 결정에 법적인 절차를 밟아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소규모 식품업체들은 아무런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한다.

더욱이 식품안전나라에 올라오는 회수·판매중지 제품 중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위임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즉 해당 사이트만 식약처에서 관리할 뿐 회수·판매중지 제품 공지는 지자체가 알아서 올리는 시스템이기에 식약처도 관련 제품의 정확한 정보를 모를 수도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안전나라에 올라오는 정보 중 일부는 지자체에서 올리고 있다”면서 해당 사이트의 정보 모두 식약처가 관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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