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경제위기 아니다” vs 김동연 “하방 위험 있어”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정례회동에서 현안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6일 대충돌을 일으켰다.

장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경제적으로 과한 해석이라면서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같은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금은 하방위험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 실장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속도조절 등 경제 현안에 대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 직전까지 도달했지만 그때마다 갈등은 없다고 해명을 해왔다.

그런데 연말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날 다른 장소에서 현 경제 위기에 대해 다른 시각 차이를 보이면서 경제 정책에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장하성과 김동연 부총리의 다른 시각

현 경제 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경제 전문가들 상당수가 '위기'라고 판단했지만 장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청와대 국감에서 위기가 이나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이날 운영위 청와대 국감에서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했단 말은 경제적으로 과한 해석”이라며 위기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또 "경제위기란 1998년 외환위기 혹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지 현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 경제상황은 여러 지표상 과거에 비해 좋지 않은 점은 있지만 위기는 아니다"면서 "'경기둔화' 혹은 '침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위기'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장 실장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반면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지금은 하방위험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 실장이 연말에 경기가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정책실장이 아마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이 '경제 위기가 아니다'고 표현한 반면 김 부총리는 경제 위기로 판단했기에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수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점에서 이날 충돌은 장 실장과 김 부총리의 상반된 경제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동안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수정론을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날 경제위기 진위를 놓고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경제수장 갈등...한국경제 어디로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투톱이면서도 그동안 사사건건 이견을 보여왔다. 그 충돌은 최저임금 인상폭에서 출발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난 5월 고용감소는 없었고, 지원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됐다고 평가했지만 김 부총리는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속도조절론을 내걸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장 실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부총리 패싱론이 부각됐고,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구냐를 놓고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김 부총리라고 지목하면서 해명을 하는 등 두 사람의 갈등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김 부총리가 지난 8월 7일 삼성그룹을 방문할 당시 삼성이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삼성 그룹 방문 때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표현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서 장 실장과 김 부총리의 갈등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지난 8월 22일 국회 예결위에서 마주친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는데 갈등설을 진화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장 실장은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서 김 부총리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두 축을 조화롭게 보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가야한다”고 언급, 갈등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갈등설 진화를 위해 두 사람이 부던히 노력해 왔다.

두 사람은 충돌과 봉합을 반복하는 상황은 지난주 교체설이 보도되면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교체설이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하나의 이슈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을 보였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는 심리'라면서 경제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이 하나의 이슈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 한국경제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면서 두 사람의 충돌을 걱정했다.

그 이유는 경제정책에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경제 위기는 없다면서 소득주조성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부총리는 경제 위기를 걱정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수정론을 설파하고 있기에 경제 일선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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