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일단 안도...북한의 비핵화 변화는 과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현행 비핵화 협정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그 중 하나가 석유 금지 조치인데 우리나라 등 8개국을 이란산 석유 금지 예외국으로 인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우리 석유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80일(6개월)이라는 한시적인 예외 인정이기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에 우리나라 석유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란의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 압박 수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지표가 어두운 상황에서 이란 석유 제재 예외국으로 일단 인정된 것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트럼프 “석유 가격 급등 원치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6일 중간선거 유세 일정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이란 제재 조치에 대해 “우리는 역대 가장 강경한 제재들을 부과하고 있지만, 석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천천히 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나는 전 세계의 석유 가격을 치솟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나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자 그것(원유수입)을 즉각적으로 ‘제로’(0) 수준으로 떨어트리려고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경제 제재의 확실한 수단은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란의 경제 성장 원동력은 석유에서 나오고 있기에 석유 수출을 차단하게 된다면 이란의 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란의 석유 수출이 차단하게 된다면 이란산 석유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나라들은 그야말로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 역시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이란 석유 제재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에게 이란 석유 수입을 금지할 경우 우리 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동맹국이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로 인해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된다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을 예외로 둔 것이다.

하지만 이 예외는 180일이라는 한시적 기간이다.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제재에 대해 영구적 면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을 하루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1979년 11월4일 이란 대학생들의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기념하는 대규모 반미 집회가 열렸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일단 안도하는 국내 석유업계

우리나라는 전체 초경질유 도입량의 54%를 이란산 석유로 수입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입은 1억4787만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의 13.2%를 차지한다. 이번 예외국 인정으로 인해 당분간 초경질유 도입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초경질유와 관련된 석유화학 산업들은 일단 이란산 석유를 한시적으로나마 수입을 할 수 있게 돼서 안도의 한숨은 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말 그대로 ‘한시적’이기에 석유업계는 180일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

만약 6개월 이후에 트럼프 행정부가 예외 국가에서 제외를 시키게 된다면 우리나라 석유업계는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란산 석유 수입마저 끊기게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비핵화의 운명은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다. 이란은 2015년 미국·유럽 등과 핵 협정을 맺으면서 제재가 완화되고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있어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에 나서게 되면서 오바마 행정부 때 맺어진 협정을 파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즉, 북한으로서는 과연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번 이란 석유 제재를 계기로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 보장’(CVIG: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rantee)에 더욱 목 말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상당한 난관이 예고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이 비핵화 이행을 했을 경우 미국이 어떤 식의 체제 보장을 해줄 것인지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번 이란 석유 제재는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오는 8일 뉴욕에서 열리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이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란 석유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떤 반응이냐에 따라 향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격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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