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노동에 시달리는 스태프...단역배우 출연료 미지급 논란

▲ 탁종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수동 KBS드라마 '최고의 이혼' 제작현장에서 제작 스태프의 처우 개선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는 드라마 세이프(Drama Safe)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드라마 시청자들은 화려한 브라운관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을(乙)’의 눈물을 읽어내지 못한다.

스태프는 저임금에 장기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단역배우는 홀대 받는 것은 둘째치고 출연료 미지급 논란으로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야 한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배우’도 있지만 스태프와 단역배우의 고통도 함께 따르고 있다.

이에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방송사들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당 최대 68시간 줄어들어도 장시간 노동 여전

지난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업계 노동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 축소됐지만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은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개한 ‘10월 방영드라마 촬영일지’에 따르면 JTBC ‘뷰티인사이드’는 일주일 동안 진행된 4일의 촬영 중 3일을 20시간 넘게 촬영, 주 78시간을 초과했고, KBS ‘오늘의 탐정’은 총 73시간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근로기준법 개정 등으로 인해 촬영 일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드라마 스태프들의 생각이다.

주 6일 촬영하는 스태프는 39.5%에서 15.8%로 감소했고 일 평균 노동시간은 개정 이전 19시간에서 17시간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몰아찍기 방식이라면서 맹비난을 가했다.

이처럼 노동의 혹사가 이어지면서 스태프의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가 자택에서 사망을 했고, CJ E&M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EBS 외주제작 PD 사망사건 등이 잇달으면서 드라마 촬영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8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턴키 계약으로 방송국은 나몰라라

추 의원은 방송제작사와 스태프간의 턴키 계약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프 9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계약형태는 용역도급 턴키계약이 39.9%이다.

즉, 방송제작사는 감독급에 제작비를 지급하고, 감독이 나머지 스태프를 관리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근로시간과 개인당 인건비가 분명하게 명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방송사와 제작사는 자신의 책임을 외주사에 떠넘겼다는 비판에 그동안 직면해 왔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사고라도 발생하면 ‘도의적인 책임’을 방송사와 제작사가 지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인 책임’은 외면하겠다는 것이 바로 턴키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스태프 개개인 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결단이 필요하다.

출연료 받지 못하는 단역배우

단역배우의 경우 출연료 미지급 받은 사람들도 많이 있으며, 출연료도 스타 배우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욱 의원에 따르면 KBS, SBS, MBC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미지급된 출연료가 총 31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19일 한국방송연기자노조는 KBS를 향해 지난 7년간 미뤄왔던 출연료 협상 등 단체교섭에 나서고 연기자와 상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에 따르면 6등급 배우 출연료가 15만원으로 그동안 7년간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조 소속 배우 70%가 연 1천만원의 수입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스타 배우들의 경우 한회당 수십억원 씩 출연료를 받고 있지만, 단역배우들은 그야말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준모 한연노 위원장은 “회당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은 1%도 안되지만 그들 때문에 힘들어도 하소연할 수도 없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태프와 단역배우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지면서 방송사와 제작사, 그리고 노조와 정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방송 제작 현실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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