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 지목에 ‘억울’ 호소...회계시스템은 사립에 걸맞게

▲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16일 갑작스럽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향후 행보에 주목받고 있다.

이날 당초 한유총 최정혜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작스럽게 사임을 하고 이덕선 비대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한유총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대위에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정부와의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사립유치원 단체로는 한유총과 전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이하 전사협)가 있는데 한유총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요구 반대 집단행동에 반발해 만든 단체가 전사협이다.

예고된 기자회견, 갑작스런 취소, 그리고 비대위

지난 12일 사립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맘카페를 비롯해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서는 사립유치원 관련한 성토의 글들이 넘쳐났다.

또한 관련한 내용에 대한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았으며 정치권 역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립유치원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빈축을 사고 있던 한유총이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정치권이 유치원을 과도하게 비리집단으로 매도한다”는 성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날 기자회견은 취소됐고, 최 이사장이 사의를 표한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최 이사장의 사의 표명 이유가 어떤 내용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유총은 이를 받아들였고,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이사장 업무를 맡게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 관련 토론회가 개최됐는데 최 이사장이 이를 제대로 제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론회 당일 한유총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충돌했고, 지난 12일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유총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16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다음주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한유총은 내분에 소용돌이 속에 최 이사장이 사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선 비대위원장 “학부모들께 큰 심려 끼쳐 죄송”

이 비대위원장은 이날 수원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학부모들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면서 사과를 일단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유총은 깊이 반성하면서 대한민국의 유아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제도의 미비 부분으로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으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비대위원장은 “국가에서 학부모 교육비 부담경감을 위해 지원하는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에 직접 지원되는 게 아니라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부모께 직접 지원되는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지난 십여년간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지 않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도록 국가와 정치계 등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어떤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유총,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지만 정부와의 갈등 남아

한유총이 이날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일단 머리를 숙였지만 앞으로 정부와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휴업을 추진했을 때 강경파로 분류된 인물이다.

한유총은 그동안 사립유치원에 맞는 회계시스템을 정부와 계속 논의 중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국공립 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과 초중고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회계 시스템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에 대해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면서 반발해왔다.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이에 반발한 사립유치원들이 따로 만든 단체가 전사협이다. 그만큼 사립유치원 내부에서도 공공성 강화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한유총이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것은 결국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놓고 정부와 대척점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여론은 한유총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여기에 강경파가 비대위를 장악하면서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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