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 살살 보면서 농민 외면하고 제 식구 감싸기 혈안

▲ 김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10일부터 29일까지 국회는 국정감사를 연다. 국정감사는 국회 일정의 ‘꽃’이면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런 이유로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은 모든 열과 공을 쏟아 붓는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 2년차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것을 점검하는 자리이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자리이기에 뉴스워치에서는 국정감사 이슈를 집중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농협중앙회는 국회 국정감사 단골손님이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때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며 ‘언발의 오줌누기(凍足放尿)’이다.

해마다 의원들의 지적은 이뤄지고 있으며 그때마다 증인석에 앉은 관계자들은 “죄송하다” 혹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지만 매년 비슷한 내용으로 의원들의 지적을 받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라서 임직원의 연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농민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임직원들의 배불리기를 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직원 5명 중 1명은 1억원 이상 고액연봉

농협중앙회는 농민조합원의 출자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따라서 농협은 농업인에게 힘을 써야 하는데 농업인보다는 농협임직원에게 관심을 더 많이 두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임직원 급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협 8대 법인 임직원 중 연봉이 1억원 이상인 경우는 3878명으로 나타났다. 농협 8대 법인 전체 임직원이 1만 9946명인 점을 감안하면 19.4%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2013년 1973명보다 2배 증가했다.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가 914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금융지주가 8661만원, 농협은행이 7764만원, 농협경제지주가 7544만원 순이었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7165억원이며, 올해는 최고수준의 이익이 달성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전국 260개 지자체 금고 가운데 203개(78.1%)를 독식해 수신잔액(67조 6000억원)이 농협은행의 전체 수신고(240조원)의 28.1%를 차지하는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은 “농민 수는 급감하고 농업소득은 정체돼 농촌이 어려운데 농협은 농협만을 위한 조직이 돼간다”며 “‘임직원 배불리기’보다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강력한 조직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협이 농어촌 상생 조성에 인색

농협이 농민 대신 임직원 배불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조성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농어촌상생기금 출연현황’ 자료를 공개했는데 농협중앙회 등 33개 회사 중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한 회사는 농협케미컬 1000만원, 농협물류 2000만원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상생기금은 FTA 체결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어촌 주민들에게 도농격차를 완화시키고자 농·수협, 민간기업, 공기업 등이 참여해 총 1조원 규모로 마련하기로 한 기금이다.

현재 조성액은 목표액(2017~2018 2000억원) 대비 20%에도 못미친 377억 원에 불과하다.

농민을 위한 지원조직인 농협이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결국 농어민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정 의원 측 설명이다.

정부 눈치 살피는 농협

반면 농협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총 28억원을 후원하고 관람티켓 총 6억 700만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은 “농협이 정부 눈치를 보기에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작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련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는 인색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농협의 본분을 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이 농어민의 생활 향상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정 의원의 비판 내용이다.

임직원에게 관대한 농협

더욱이 임직원에게 관대하다는 것이 농협이 주택구매자금을 대출받은 직원에게 대출이자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출받은 직원의 실제 이율은 0%대에 불과하다.

역시 정 의원이 ‘임직원 주택구매자금 융자 및 지원현황’자료를 공개했는데 농협은 임직원 주택구매자금 대출 건에 대해 2.87%의 이자를 보전해 현금으로 지급해 오고 있다.

이에 농협직원의 실제 이율은 2016년 기준 0.13%, 지난해 기준 0.22%에 불과했다. 농협은 1년 동안 직원이 납부한 대출이자를 다음해에 현금으로 일괄 지급했다.

농협은 지난 2008년부터 제도를 운영했고, 혜택을 본 직원은 4천여명이며 총 393억원이 지원됐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농협은행-단위농협 과다 경쟁으로 경영부실

문제는 농협은행과 단위농협 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경영부실을 초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위농협과 농협은행이 경합중인 점포는 총 57개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이 11개로 가장 많았고, 충남, 전남, 대구에서 각각 6개의 점포가 경쟁했다.

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이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상 식구들끼리 경쟁하는 것인데 이런 경쟁이 오히려 마이너스를 초래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57개 영업점 중 최근 3년 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포는 10개나 됐다. 특히 ‘경기영업부’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면서 13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서울 중화동 지점도 1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농협은행, 잘못 보낸 송금액 반환 절반도 못 미쳐

더욱이 고객이 잘못 보낸 송금액의 반환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착오송금 반환청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착오송금 반환청구액은 총 554억원(2만 2803건)으로 알려졌다. 2015년 5969건이었던 반환청구 건수는 지난해 8851건으로 두 배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실제로 반환이 완료된 금액은 240억원으로 청구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4%였다.

미반환 사유는 고객 무응답(2886건·전체의 56.9%)과 고객 연락 불가(1031건·20.3%)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고객거부나 법적제한계좌, 이용기관 반환, 대포통장 등도 미반환 사유에 해당됐다.

농협 이용자 상당수가 고령층인 점을 감안한다면 농협은행이 착오송금 피해금액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반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박 의원은 질타했다.

새희망홀씨 대출지원 실적 저조

더욱이 농협은행이 서민금융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지원 실적이 국내 5대 은행 중 가장 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각 은행이 자체 재원을 운용해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이다. 타 서민금융 상품과 달리 새희망홀씨는 보증서 담보가 필요 없고 무보증 신용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민금융상품 중에서도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수단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국내 은행별 새희망홀씨 대출지원 실적’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농협은행은 2381억원을 대출해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대출 실적을 보였다.

농협은행이 5대 은행 중 국내 영업 점포수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고령 농어민을 대상으로 은행 업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민금융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2015년 대비 지난해 4768억원 증가)이 5대 은행 중 국민은행, 하나은행 다음으로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금융지원에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농협이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이 ‘기관별 부동산 PF 투자 및 대출’ 자료를 조사한 결과, 금융지주 자회사 6곳의 PF 대출액이 18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기준 농협금융지주 자회사 7곳 중 2012년 이후 PF 대출을 시행한 곳은 6곳 이었으며, 규모는 713건 총 18조 2903억원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이 201건 8조 9174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NH농협생명보험 166건, 4조 8537억원, NH투자증권이 22건, 1조 5498억원 순이었다.

윤 의원은 “하지만 PF대출로 서민들의 가장 큰 숙제인 부동산 거품의 한 축이 되지는 않는지, 또 수도권에 집중된 PF대출이 지방소멸을 부채질하고 있지는 않은지 농협금융지주 스스로 점검하고 우려스러운 일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의 국감 질타에 대해 “각 사안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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