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지로 거센 저항에 모두 눈감아 버려...교육부 칼도 못대

▲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분노한 여론은 사립유치원을 넘어 정부로 향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립유치원 비리가 만연하게 만든 것은 ‘교육감’과 ‘학부모’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립유치원이 지역의 유지로서 지방선거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함에 선출직 공무원들 모두 눈치를 봐야 했고,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 학부모들 역시 비리에 눈을 감아야 했다.

누리과정 2조원은 그야말로 ‘눈먼돈’이 됐고, 그 돈에 대한 감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사립유치원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었다.

공공성 강화 시도, 사립유치원에 번번히 실패

누리과정은 만 3~5세 어린이라면 국가가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유치원·어린이집 공통의 교육과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5세 누리과정은 2012년 3월부터, 3~4세 누리과정은 2013년 3월부터 시작됐고, 유치원․어린이집의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물론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 누리과정의 혈세가 사립유치원에 투입되고도 정부의 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논란은 그때뿐이었다. 지난 2013년 부산·대구·인천·대전 교육청의 ‘사립유치원 지원관리 및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취합해 발표할 때에 ‘유치원 불법매매’와 ‘원장 자격증 불법 대여’ 사실 등이 세상에 공개됐지만 비리 관련자 21명을 징계하는데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감사가 사립유치원 ‘첫 감사’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그 이후 사립유치원 감사를 간헐적으로 이뤄졌지만 대대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사립유치원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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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저항에 수수방관했던 정부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자신에게 감사의 칼날을 들이대려고 하면 거세게 저항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처럼 사립유치원들은 자신에게 통제나 감사를 강화할 때마다 ‘압력’을 행사하거나 ‘로비’를 벌여왔다.

사립유치원들은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운영을 하면서 지역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역 영향력이 상당한데다,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인 학부모들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선출직 공무원들도 꼼짝 못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밝혔다.

즉, 사립유치원은 자신들의 유치원 운영에 개입이라도 하려고 한다면 교육감은 물론 국회의원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교육감과 국회의원 모두 선출직이기 때문에 사립유치원들의 압력 행사에 모두 눈을 감아야 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사립유치원이 문이라도 닫게 된다면 자신의 아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다는 두려움 때문에 사립유치원들의 비리에 눈을 감으면서 그동안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유로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점차 도를 넘고 있지만 아무도 이들을 감시하지 못했다.

지난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혹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절실

결국 해법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혹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절실하다. 학부모들의 바람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신의 아이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이 워낙 소수이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립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유치원의 비리 등을 알면서도 눈을 감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립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각 지방 교육청에게 맡겨서는 안되고 교육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각 지방 교육청 역시 선출직으로 교육감을 뽑기 때문에 지역 유치원들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거 확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4일 새해 첫 민생 현장방문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택했고, 이 자리에서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임기 내 40%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40%까지 늘리게 된다면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어느 정도 견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투명한 회계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회계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이에 국공립 유치원이 활용하는 학교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노력과 의지이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가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국민의 혈세는 투명하고 바르게 쓰여야 하며, 당연히 제대로 된 감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정부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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