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됐다고 하지만 중실화죄 적용은 미지수

▲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불이 발생, 소방대원등이 화재 진압에 애를 쓰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에 화재가 발생, 휘발유 260만리터가 태워졌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도중 스리랑카인(人)이 무심코 날린 풍등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스리랑카인을 중(重)실화죄로 긴급체포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스리랑카인에게 과연 중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법조계 역시 과연 중실화죄 적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풍등 등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행위는 불법적이지 않았지만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됐다.

따라서 스리랑카인이 풍등을 날린 행위는 2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범죄 행위임은 분명하다.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전날 경찰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27)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과연 스리랑카인에게 중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실화죄란 ‘불(火)’로 인해 물건을 훼손시킨 범죄행위를 말하지만 ‘과실(過失)’이란 점에서 방화죄(放火罪)와는 구별된다. 즉, 방화죄는 ‘고의(故意)’라는 측면이 있다면 실화죄는 ‘과실’이어야 한다.

과실이란 ‘화기의 관리 또는 처리에 필요한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해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스리랑카인이 풍등을 날린 후 허둥지둥 풍등을 쫓아간 것을 볼 때 ‘고의’로 방화를 할 가능성보다는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실화죄 적용 가능성은 높지만 과연 ‘중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풍등을 날린 장소가 저유소 탱크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라는 점에서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1km 떨어진 지점에서 날린 풍등이 저유소 탱크로 갈 것이라고 과연 스리랑카인이 얼마나 예측을 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1km 밖에 떨어진 곳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보다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스리랑카인을 인신구속한 긴급체포는 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측이 최초 18분 동안 불이 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화재에 대한 관리가 취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국가 시설이면서 화재 폭발 등의 위험에 노출된 시설이 ‘풍등 하나’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결국 해당 회사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풍등에 취약한 화재 관리 시스템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스리랑카인에게 표창장을 줘야 한다는 조롱 섞인 댓글도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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