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발달로 무인자동화기기도 폐쇄 추세

▲ 시중은행의 한 창구./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이 근처 ATM 기기 어디에 있나요?”라는 노인의 질문에 신촌에 사는 김모 대학생(22)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ATM 기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인터넷 같은 온라인창구 활성화로 인해 ATM 등 무인자동화기기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문제는 디지털 문맹자들에게는 무인자동화기기가 사라지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인터넷뱅킹을 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도전’과 마찬가지이다.

사실 ATM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에게는 무인자동화기기도 버거운 상대인데 이제는 인터넷 뱅킹을 상대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무인자동화기기 1만 2천개 사라져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은행별 점포, 무인자동화기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점포는 올해 6월 말 현재 6768개로 2013년 말(7652개) 대비 884개(감소율 11.6%)가 없어졌다.

또한 CD, ATM과 같은 무인자동화기기는 올해 6월 말 현재 4만 3831개로 2013년 말(5만 5513개) 대비 1만 1682개(감소율 21%)가 사라졌다.

17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없어진 곳은 하나은행으로 올해 6월말 765개로 2013년말 980개 대비 215개(감소율 21.9%) 감소했다.

다음으로는 국민(-152개, -12.6%)·씨티(-147개, -77%)·SC제일(-133개, -32.9%)·우리(-109개, -11%)·신한은행(-72개, -7.6%) 순이었다.

반면, 수협은행은 18년 상반기 말 현재 130개로 2013년 말 기준 118개에서 12곳 점포를 늘렸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14곳으로 점포수에 변동이 없었다.

무인자동화기기를 가장 많이 처분한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2605개(1만 1958→9353개, 감소율 21.8%)나 축소했다.

신한(-1,833개, -21.1%)·우리(-1,600개, -19.2%)·하나(-1,413개, -25.5%)·농협은행(-1,236개, -16%) 등의 순을 보였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은행은 씨티은행으로 495개(669→174개)를 줄여 74%나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한 창구./사진제공=연합뉴스

디지털문맹자는 은행 업무도 보기 힘들어

문제는 이처럼 점포 혹은 무인자동화기기를 없애면서 디지털문맹자는 은행 업무를 보기 힘들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 74%, 30대 71.8%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 등을 이용하지만 50대는 33.5%, 60대 이상은 5.5%의 수치로 대폭 감소했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자의 97.8%는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 디지털 문맹자에게 점포 혹은 무인자동화기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은행 입장에서 인건비 축소 등으로 인한 비용 절감을 이루기 위해서 인터넷 뱅킹 등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문맹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1~6월) 8조 4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국내 은행들이 3분기 역시 엄청난 당기순이익이 예상되면서 디지털 문맹자를 위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은행권에서 효율화와 수익성이라는 이름으로 점포와 무인자동화기기 축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 없지만 온라인거래에 취약한 노인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의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포용적 금융을 실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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