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실무 접촉...30% 이상 언어 차이 극복 방법은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공식회담 전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572돌 한글날을 맞이해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겨레말큰사전 남측편찬위원회는 9일 “남북이 이달 중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11월~12월 초를 목표로 26차 편찬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도상 겨레말큰사전 남측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가 10·4선언 11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참석차 방북한 자리에서 북측 편찬위원회 관계자와 만나 협의한 내용이다.

이에 다음주 중 북측 편찬위에 실무접촉을 정식으로 제안하기로 했고, 실무접촉의 시기와 장소를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장소는 평양이나 개성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지난 2005년에 처음 시작돼 매 분기마다 열렸지만 지난 2015년 12월 12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25차 공동편찬회의를 가진 이후 만남은 없었다.

이번에 만남을 재개하게 된다면 남북 언어 통일을 위한 첫 단추를 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나의 언어에서 분단의 언어로

남과 북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만 해도 하나의 맞춤법을 사용했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해방 후에도 남북이 함께 사용했다.

하지만 1948년 대한민국과 북한으로 분단되면서 다른 맞춤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발점은 1954년 북한은 ‘조선어 철자법’을 제정하면서 남북 언어에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960년에 들어서면 북한은 이른바 ‘주체사상’으로 인해 언어 정책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남북 언어가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는 1933년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가 1988년 개정한 한글 맞춤법을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제강점기까지는 하나의 언어였지만 이제 분단의 언어가 됐고, 통일을 위해서는 언어의 통일부터 먼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훈민정음을 주제로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남북 언어, 30% 이상 차이 보여

언어학자들은 70년의 분단으로 인해 남북이 사용하는 언어의 30% 정도가 차이를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행정이나 법률 용어 등에는 아직도 일제 잔재가 남아있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국제사회로 나아가면서 외국어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외래어 비중이 점차 증가했다.

반면 북한은 이른바 ‘주체사상’이라는 이름으로 외래어와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면서 남과 북의 언어가 다르게 됐다.

예를 들면 ‘괜찮다’라는 우리말은 북한에서는 ‘일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며, ‘도와주다’는 말은 ‘방조하다’로 표기된다.

‘한국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단군의 자손이라는 단일민족이지만 70년동안 따로 생활하면서 언어가 상당히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음 세대에서는 언어가 더욱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남과 북의 언어가 완전히 다른 언어가 될 것이라고 언어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언어의 통일, 결국은 활발한 교류

문제는 겨레말큰사전을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한다고 해서 언어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어학자들은 상징적인 사업이지 실질적인 언어통일을 위해서는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남과 북은 산발적으로나마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교류가 있어왔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적 교류는 남과 북의 지도층의 교류만 있는 것일 뿐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교류는 아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에도 일부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뿐이었다.

언어의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언어의 이질성이 30% 이상 정도에 그친 상태에서 남과 북이 활발한 교류를 이룬다면 그나마 언어 통일이 쉬워진다. 하지만 다음세대로 넘어가면 언어의 이질성이 40% 혹은 50% 이상이 될 수도 있게 되고, 언어통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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