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법 속에 담긴 ‘사랑’의 의미는 ‘빈수레’

▲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지난달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북미대화 가능성과 함께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서 일방적으로 핵무장 해제를 하지 않겠다는 다소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사랑에 빠졌다는 다소 의외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북미대화가 재개됐지만 협상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단도 나오고 있다.

강경한 입장 보인 北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싱가포르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면 양측이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 중단 등 조치를 먼저 취했으니 미국도 상응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가장 두려운 것은 비핵화를 한 후 미국이 태도를 돌변해 아무런 상응조치를 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할 경우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자신들이 한단계 나아가면 미국도 덩달아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설에도 강조한 또 다른 내용은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원망이다. 리 외무상은 “자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와 나사못 한 개도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철저한 경제봉쇄를 감행하고 있는 나라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대신 미국의 대북 강경파를 향해 맹비난을 했다. 이는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트럼프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들을 썼다. 멋진 편지들이었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북미대화에서 특별한 진전이 보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큰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다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마치 협상이 깨질 것처럼 보여왔다. 반면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끌어 올 때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통해 마치 협상이 잘 되는 것처럼 비쳐왔다.

지난 6·12 싱가포르 회담 직전에도 김 위원장을 향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지만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올해 북미대화를 재개하기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을 향해서 맹렬한 발언을 퍼부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북미대화 재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사랑에 빠졌다’는 식의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평양 방북 예정인 폼페이오, 협상의 결과는

국제사회에서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북에서는 종전선언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이 협상테이블에 올라갈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협상이 타결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점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사랑에 빠졌다’는 식의 정치적 수사어구를 통해 협상의 지지부진함을 감추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수많은 접촉을 하면서 북미대화 재개 및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과연 종전선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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