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 출범, 칼 빼든 게 ‘의사·교수·연예인’ 고소득자?

▲ 지난 5월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김현준 조사국장이 해외에 소득·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벡운악 기자] 불법으로 해외에 숨겨둔 재산을 되찾아오는 ‘해외은닉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이 6월 22일 출범해 오는 9월 30일이면 100일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 특별지시로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검찰 등으로 구성됐다. 단장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았던 ‘특수통’ 이원석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임명됐다.

합조단은 조세피난처 등을 이용해 해외 재산.소득을 은닉하는 역외탈세 행위,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국내재산을 국외로 도피하는 행위, 기업의 해외자금 조성과 은닉·도피 및 이와 관련 횡령.배임행위, 범죄수익을 숨기기 위해 역외로 이전하는 행위 등을 조사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출범할 당시만 해도 ‘호랑이를 잡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에 들어간 43조 원 중 사라진 10조 원을 해외에 CD나 부동산, 차명 계좌를 통해 은닉해 뒀다는 소문이 있어 합조단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이 단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최씨에 대한 해외은직재산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때 독일검찰은 최씨의 해외 계좌를 이용해 10조 원 규모의 재산을 독일, 영국, 스위스 등에 불법 계좌를 개설해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범한지 100일이 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세청의 협력기관 수준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9월 11일 구체적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등 총 93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인 케이먼군도와 버진아일랜드로부터 금융 정보를 활용했다.

그런데 역외탈세 조사가 통상 대기업.대재산가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의사, 교수, 연예인등 고소득 종사자가 다수라 빛이 바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정부 차원의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합조단이 출범한지 100일만에 첫 언론에 등장한 셈인데 국세청의 ‘하명 기관’이 된 모습이다.

특히 합조단이 예의주시한 ‘원세훈 해외 200만불’ 환수가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앞날이 더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퇴임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을 위해 대학 기부금 명목으로 빼돌린 국정원 해외공작사업예산 200만 달러에 대해 지난 5월부터 8월말까지 4개월간 모두 네차례에 걸쳐 해외범죄수익환수를 위한 몰수·추징보전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합조단까지 구성할 정도로 해외검은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환수의지를 밝혔지만 법원은 ‘현물로 존재하지 않는다’, ‘스탠퍼드대가 돈을 돌려주지 않을 리 없다’는 식으로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국정원 예산 200만달러를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 등)로 추가 기소한 상황이다. 법원에서 몰수 내지 추징요구를 기각한 배경에는 현행법의 한계가 존재한다. 현행법상 범죄 수익을 환수하려면 검찰이 범죄로 확정, 기소해 유죄판결이 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증책임 전환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검찰이 아닌 범죄자 또는 조력자가 입증하는 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지와 인터뷰에서 주장한 배경이다. 즉, 법죄자나 하수인이 입증을 못하면 바로 몰수나 추징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요지다.

결국 합조단이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출범했지만 ‘국세청’의 협력기관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검은 돈 환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법적 보완이 선행되야 하는 셈이다. 그래야 ‘토끼’가 아닌 사회지도층이 숨겨둔 수천억, 수조 단위의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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