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역사, 그 잔인함에 대해

지난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가 탈출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퓨마가 탈출한 사육장 문이 열려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지난 18일 대전 오월드동물원 내 우리에서 탈출한 ‘퓨마’가 끝내 사살되면서 동물원 논란에 불을 당겼다.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의 생포가 쉽지 않자 결국 사살을 했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퓨마 사살을 비판하면서 관계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청원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퓨마가 사육장 밖으로 탈출하는 것은 자신의 본능대로 자유를 찾아 움직인 것인데 인간의 실수를 동물의 탓으로 돌렸다면서 야생동물을 동물원에 가두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고문이라면서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동물원 자체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동물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퓨마 사살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

동물원, 그 잔인한 역사에 대해

동물원은 일정한 시설을 갖춰 살아있는 동물을 관람시키는 곳으로 아쿠아리움(수족관)도 동물원에 해당하지만 현대에서는 별개로 구분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진귀한 동물을 잡아 길렀다는 기록을 볼 때 동물원이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고대 중국 은나라 주왕 역시 진귀한 짐승을 가둬기르는 동물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는 신라에서 인공호수 안압지 가운데에 있는 섬에 진귀한 동물을 풀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원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원의 개념은 제국주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서양의 열강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식민지 국가의 동물을 본토로 데리고 와서 자국의 국민에게 구경시켜줬다. 이는 서양우월주의를 과시하기 위한 용도였다. 아울러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자랑하기 위해 탐험가들을 시켜 동물을 잡아 전시를 했다.

서양 열강이 식민지 국가에서 마구잡이로 동물들을 노획하면서 일부 동물은 멸종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인간동물원, 그 짧지 않은 역사에 대해

가장 슬픈 것은 ‘인간’도 잡아 동물원에 가둬 구경을 시켰다는 점이다. 서양 열강이 식민지 국가의 흑인 등을 잡아다 동물원에 가둬 전시했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반적인 상식이 됐다.

20세기초 미국 뉴욕의 코니아일랜드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전시돼 관광객을 맞았고, 1904년 콩고 피그미족 남성 벵가는 미국에 팔려갔고, 1906년 뉴욕 한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에 전시되면서 인간모독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1910년 동물원에서 풀려난 벵가는 교육을 받았고 담배공장에 취직하면서 보통의 삶을 적응하려고 했지만 1916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958년 벨기에 브뤼셀의 만국박람회에는 콩고인들이 현지의 마을처럼 꾸며놓은 곳에서 온종일 수공예 작업을 했고, 백인은 바나나를 던지면서 조롱했다. 이런 인간동물원에 가둬진 콩고인들은 추위 등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기형아나 돌연변이, 희귀병환자, 인종이 다른 외국인 등을 구경시키는 것을 프릭쇼(freak show)라고 불렀는데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로마 제국의 기록에 따르면 ‘수염 난 여자’를 전시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조선인들을 동물원에 가둬 전시했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로 인간동물원은 그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동물원 철폐, 감정적 주장인가

인간동물원은 이제 사라졌지만 동물보호론자들은 동물원이 동물복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동물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야생서식지인데 인간이 야생동물을 가둬서 전시를 한다는 것은 동물복지를 해치는 것이라면서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동물원 찬성론자는 ‘꿈같은 소리’라면서 야생동물이 살 곳이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기에 동물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야생동물이라도 동물원에서 태어나 동물원에서 자랐다면 야생으로 돌려보낼 경우 오히려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동물원 안에서 동물복지를 개선시키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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