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사법부 불신...오락가락한 판결에 피해자 진술 의존

▲ 정의의 여신상./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B씨가 최근 징역 6월을 선고 받았는데 아내가 '보배드림' 게시판에 억울하다면서 하소연의 글을 올렸다.

그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는데 17일 현재 29만명이 찬성했다.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B씨의 아내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에 대한 동조 여론이 뜨겁다. 인터넷 상에서는 B씨 아내의 억울함에 공감 하면서 해당 판결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글이 2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발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엉덩이 만졌다? vs 스치기만 했다?

남편 B씨는 지난해 11월 한 모임에 참석한 자리인 모 식당에서 여성 C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당시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남편 B씨는 여성 C씨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해당 영상에는 신발장이 가려져 있기에 신체 접촉을 했는지 여부는 불명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여자 뒤를 지나가면서 손을 앞으로 모았는데 이때 여자의 신체를 접촉했다고 판단했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아내는 “성적인 문제에서 남자가 너무 불리하게 돼 있는 우리나라의 법”이라면서 “그 법에 저희 신랑이 제발 악용되지 않게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호소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 측은 지난 8일 보배드림을 통해 “알려진 것과 사실이 다르다”면서 반박했다.

피해자 측근은 성추행 당시 신고자는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다른 손님이었다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바도 없으며 CCTV 영상은 하나가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2개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제2의 CCTV 영상은 가해자로 지목된 B씨가 여성 옆을 지나가는 것이 담겨져 있었는데 이 영상에서 B씨가 다리를 살짝 절뚝거리는 모습이 녹화돼 있다.

이에 대해 B씨 측근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재판

이같은 글들이 보배드림에서 지속적으로 공방을 벌이면서 인터넷에서는 ‘성추행을 했다’, ‘안했다’ 혹은 ‘남편이 억울하다’, ‘억울하지 않다’는 공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심이 법원의 성추행 사건 판결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성추행 사건은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사실상 없다. CCTV 등이 촬영되거나 목격자의 진술이 있지 않는 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피해자의 진술을 의존하게 된다면 ‘유죄 추정의 원칙’과 ‘무죄 추정의 원칙’ 사이에서 판사들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즉,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고 이는 재판 과정에서 판사들이 더욱 고수해야 할 원칙이다.

하지만 판사도 사람이기에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살아온 경험 등이 전제로 깔리게 되면서 자의적 판단을 하게 된다. 특히 명확한 증거가 없는 성추행 사건의 경우 판사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판사가 가해자를 ‘범인’으로 확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하게 된다면 가해자의 어떤 변론도 채택되지 않으면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는 재판부마다 다른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성추행 사건은 유독 다른 사건에 비해 하급심 판결과 상급심 판결이 판이하게 다르게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무죄 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2년 8월까지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진 사건 540건 가운데 성폭력 범죄는 무려 240건이었다.

다시 말하면 성추행 사건이 판사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사법부 불신으로 연결된다.

판사의 경험·가치관 등이 개입

판사들은 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이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구체적이면서 명확한 증거자료가 없기에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게 되고, 판사의 경험이나 가치관 등이 개입되면서 오락가락한 판결을 내리게 된다.

더욱이 최근 미투운동 등으로 인해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로 보다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워지면서 판사들 역시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되면서 성추행 사건의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가해자의 변론은 아예 채택이 되지 않거나 채택이 되더라도 재판을 뒤집는 정도의 채택은 안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이번 곰탕집 사건의 판결에 대해 판사가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시킨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인터넷 등에서 뜨겁다. 왜냐하면 초범인 성추행 사건에 징역 6월을 선고했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