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부 승격 위해서는 ‘비핵화’ ‘유엔 제재’ 넘어야

▲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숙소./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개성공단에서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선언을 합의한지 140일 만의 일이다.

연락사무소를 개소했다는 것은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며 24시간 상시협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남북 소통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은 이번 개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대표부로의 승격을 원했다. 하지만 ‘비핵화’와 ‘유엔 제재’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미국과 북한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이에 이날 연락사무소를 개소했다지만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는 성급하다는 평가도 있다.

남북 “함께 만드는 평화의 상징”

이날 오전 10시 50분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는 개소식을 가졌다. 우리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과 북이 함께 만든 평화의 상징”이라면서 연락사무소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는 북과 남이 우리 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두어들인 알찬 열매”면서 기대감을 표출했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로 덕담을 나눈데 이어 현판식을 가졌다. 1층 현관 현판에는 ‘공동련락사무소’, 건물 우측 위쪽 현판에는 ‘공동연락사무소’로 표기됐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 등 참석자들은 연락사무소 건물을 둘러본 후 3층 회담장에서 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대한 합의서 서명식을 거행했다.

이날 참석자를 살펴보면 우리 측은 조 장관을 비롯해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더불어민주당 박병석·진영·이인영 의원,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등 50여명이 자리했다.

또한 통일부 장관을 지낸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정세현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함께 했다.

북측 참석자는 리 위원장을 비롯해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등이다.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상시 협의

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상시 협의를 하기에 24시간·365일 열려있다. 남북 당국자들이 상주하며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다.

남측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 20명과 시설유지 관리 인력 10명 등 총 30명이 상주한다. 반면 북측은 15~20명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사무소 소장은 남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북측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겸직한다. 남북 소장은 주 1회 정례 소장 회의 등 필요할 때만 만나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남측은 연락사무소와 서울로 연락할 때 사용할 통신망으로 5회선 설치를 했고, 전기는 남측에서 배전방식으로 공급된다.

우선적으로 남북 당국 연락과 실무협의,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와 산림협력 등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산림청 직원이 상주한다는 점에서는 향후 남북경협의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으로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연락사무소의 기능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재가동·대표부 승격 등 기대감 높아

이날 참석자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개성공단 입주자들이다. 이들은 연락사무소 개소로 인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취재진에게 개성공단 재가동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연락사무소 개소식 참석을 위해 출경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개성공단 재가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개소식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대표부로 승격을 기대하고 있다. 연락사무소에서 대표부로 승격을 하게 되면 그만큼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비핵화 및 종전선언 등 난제 산적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대표부 승격은 아직까지는 섣부른 기대감이다. 왜냐하면 비핵화의 시계추는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종전선언 역시 답보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고, 이로 인해 미국과 북한의 대화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은 아직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고 있기에 북미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구체적 실천 계획을 제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 약속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아직 해제되지 않고 있기에 남북 경협을 논의한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따라서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는 남북 소통을 위한 첫걸음을 뗐을 뿐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