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성토장 된 청와대 청원게시판, “가상화폐 시장 보는 듯”

▲ 14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등 서울 시내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백운악 기자] 서울 집값 폭등이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매매는 안되는 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거주민들의 경기도로 집단적 이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집주인은 빈집으로 남겨둘지언정 호가에 맞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배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심리 바탕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9.13 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다가구 주택소유주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공급확대다. 한 마디로 투기목적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 대해 찬반은 엇갈린다. 종부세란 주택 나대지, 상가건물 부속토지를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재산세와 중복과세가 안되도록 중복분 차감하고 나온다. 종부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투기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내 30곳 30만호 공급대책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실거주자 대비 공급이 수요를 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일부 투기세력들이 서울 강남3구 등 부동산 인기지역을 독점하면서 집값 폭등을 선도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투기판에서 정부가 공급 확대를 얘기하면 불 난 데 장작더미 몇 개 더 던져주는 격이 된다”며 “투기를 조장하게 돼 절대로 공급 확대로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입주자대표자 회의 및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인터넷 아파트 담합’이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맘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가격 담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기현상은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으로 매물이 줄어들자 오히려 부르는 값(호가)가 시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왕십리에 일하는 한 중계인은 “급매물이 나와 실거래가보다 낮게 매매를 성사 시켰더니 부녀회에서 추적해 장사를 못하게 하고 왕따를 시켜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실거래가가 호가로 정해지다보니 타 지역에 비해 낮게 급매물로 내놓은 부동산마저 일부 몰지각한 아파트 주민들이 담합해 중개인을 이지메 시키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때마다 이런 기현상이 발생했지만 기존에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에 공지를 했던 거와는 달리 인터넷 발달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집값 담합 정황으로 고발된 아파트 단지만 서울시내 4곳이지만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중개인의 중론이다.

내집을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 하는 것은 집주인의 기본 심리다.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없으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 가격을 적정가로 부른다. 그런데 집주인들끼리 짜고 주택 가격을 조정하는 담합은 불공정거래다. 결국 피해는 호가에 아파트를 산 서민들에게 간다.

문제는 집값 담합에 대해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담합행위 주체를 개인이 아닌 사업체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을 처벌하기가 어렵다. 뒤늦게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집주인이 공인중개사에게 집값 인상을 강요하면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집값 담합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가상화폐 시장을 보는 듯 하다”며 부동산 관련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가격담합관련 한 청원인은 ‘호가 등록제’를 제안해 눈길을 모았다.

부동산 폭등 원인을 ‘호가’로 보고 일정기간을 두고 소유자가 직접 호가를 등록하고 이에 따라 종부세, 보유세 등이 책정된다면 실소유자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적은 금액을 등록할 것이고 높은 금액으로 매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높은 호가로 고비율 세금을 감수하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담합으로 형성된 호가를 억제하고 선의의 실수요자에게 불합리한 세금인상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다. 부동산 대란이 전세 대란으로 결국 서민의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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