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상 '잔인한 방법' 해석 놓고 하급심과 상급심 판단 달라

▲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에 대해 상고심과 하급심이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고 14일 밝혔다.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 받았지만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면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모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개농장을 운영하는데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농장 도축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도살했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모씨는 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급심, “잔인한 방법 아니다” 판단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씨의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전살법(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을 이용해 개를 도축하는 것으로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방법과 비교해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 방법으로 개를 도살한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동물보호법 상 ‘잔인한 방법’을 재판부는 협의로, 즉 최소한의 범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동물의 도축과 비교해도 특별히 잔인하게 도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잔인하다’는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상대적인 개념이고,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범위를 넓게 가지거나 처벌 기준이 불명확하게 되면 위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른바 ‘명확성의 원칙’을 내세웠다. 명확성의 원칙은 무엇이 범죄이고 그에 대한 효과로서의 형벌은 어떠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형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재판부의 자의적 해석을 금지하게 만들기 위한 취지이다. 만약 재판부의 자의적 해석을 적용할 경우 유무죄와 형량 등이 재판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잔인한 방법 범위 넓게 봐야”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잔인한 방법’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해당 도살방법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하급심이 ‘잔인한 방법’을 좁게 해석했다면 대법원은 넓게 해석한 셈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씨가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와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걸리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의 구체적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 외 증상 등을 심리해 그 결과와 이 사건 도살방법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씨 행위를 ‘잔인한 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다”면서 하급심으로 파기환송 했다.

동물보호단체는 하급심은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한 방법’을 해석 했다면 대법원은 ‘동물의 관점’에서 ‘잔인한 방법’을 해석 했다면서 대법원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하지만 도축업자들은 대법원이 ‘잔인한 방법’을 넓게 해석하게 되면, ‘개’가 아닌 다른 동물들의 도축 역시 동물보호법의 유죄 확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즉, ‘소’나 ‘돼지’ 등의 도축 과정에서 ‘잔인한 방법’을 넓게 해석하게 된다면 유죄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