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 묘약 or 시장 왜곡 독약...정기국회 격돌 예고

▲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6·13 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전열을 정비한 상태에서 치르는 첫 번째 정기국회이면서 20대 국회 후반기 정기국회이다. 때문에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뉴스워치는 시리즈로 정기국회 이슈를 집중조명 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지난 13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부동산 광풍을 잡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과 함께 분양원가 공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본 의원과 42명의 여야 의원이 발의한 분양원가공개법이 국토교통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발목이 묶였다면서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정 대표는 주장했다.

이에 분양원가공개법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분양원가 공개는 집값을 잡는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정치권, 분양원가 공개 이슈 점화

최근 집값 상승이 정 대표의 말로 표현하면 광풍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 상승이 이뤄지면서 정부 역시 지난 13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지속적으로 집값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분양원가 공개를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말 그대로 아파트 시공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에 추진했던 내용이고, 당시 60여가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지나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유야무야 됐다.

그런데 또 다시 문재인 정부 들어오면서 정치권에서는 분양원가 공개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원가 공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분양원가공개법의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예 분양원가를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개를 해서 건설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집값 거품 빼기 위한 묘약

분양원가 공개를 집값 거품 빼기 위한 묘약이라는 말도 있다. 분양원가 공개 찬성론자들은 건설사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집값 거품이 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에 따른 집값 하락 사례로 노무현 정부 당시를 들 수 있다. 2004년 총선때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장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고, 이에 김근태 전 장관은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는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이같은 노무현 정부의 혼란을 틈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분양원가를 공개 했고, 그 결과 집값을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됐고, 박근혜정부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폐기했다.

이와는 별도로 분양원가 공개는 정치인에게는 묘약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게 되면 그만큼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분양 원가 공개를 하자 경기도민 10명 중 9명은 찬성을 했다. 경기도가 지난 1일부터 경기도와 직속기관 및 사업소,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공공 건설공사 원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오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8월 31일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등 주택건설 부문 공사원가 공개에 92%가 찬성했다.

찬성한 이유에 대해 ‘공공건설사업의 투명성 제고’(39%)와 ‘공사비 부풀리기 등 관행 개선’(35%), ‘도민의 알권리 충족’(21%)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처럼 분양원가 공개는 정치인에게는 묘약이기에 분양원가 공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 왜곡 독약

반대론자는 분양원가 공개가 묘약이 아니라 독약이라고 진단하고 나섰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사가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면서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난다.

다시 말하면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아파트 수요는 증가하지만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게 되면서 가격 불균형으로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틈을 노려 이른바 ‘떴다방’으로 불리는 암시장이 형성된다.

또한 경쟁률이 높아지게 되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 정부가 전매제한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백약이 무효가 된다.

이처럼 시장은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왜곡될 수밖에 없기에 가급적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분양원가 공개는 정략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자신의 표를 관리하기 위한 용도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인기주의 흐름에 편승해서 분양원가 공개를 하게 되면 시장은 왜곡되지만 자신의 인기는 오르게 된다.

분양원가공개법,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은

정 대표의 발언대로 분양원가공개법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통과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인해 통과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주의를 배격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로 규정하면서 정부가 시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을 개입하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분양원가공개법의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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