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사무의 지방자치 일괄 이양, 지방분권 본격화

▲ 지난 7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더불어민주당-전남도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방일괄이양법의 연내 처리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6·13 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전열을 정비한 상태에서 치르는 첫 번째 정기국회이면서 20대 국회 후반기 정기국회이다. 때문에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뉴스워치는 시리즈로 정기국회 이슈를 집중조명 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지방일괄이양법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라남도 무안군 소재 전남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겸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꺼내들면서 새삼 화제가 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논의가 됐지만 정권교체가 되면서 사라졌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지방이양일괄법의 정식 명칭은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관계 법률정비와 지원에 관한 법률’이며, 중앙행정부의 권한 및 사무를 지방으로 모두 일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행정부의 권한 및 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의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법안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해서 일괄 이양을 시키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가 올해 안에 지방일괄이양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법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사무의 지방정부 이양

이 대표는 “중앙 사무를 지방에 일괄 이양할 수 있도록 ‘지방이양일괄법’을 올해 회기 중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이은 이 대표의 두 번째 지방분권 실현 공약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권한이 너무 강하기에 지방정부가 제대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사무권한을 지방에게 일괄 이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개 중앙부처 소관 518개 중앙정부사무를 이양하는 것이 지방이양일괄법의 핵심이다. 중앙정부 사무를 지방정부에게 이양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데 셀 수도 없는 많은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며, 관련 중앙부처기관의 저항 역시 만만찮기에 쉽지 않다. 이에 특별법을 제정해서 일괄 이양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근본 취지다.

부처별로 해양수산부 사무 119개, 국토교통부 92개, 환경부 61개, 여성가족부 53개, 고용노동부 34개, 산림청 24개 등이다.

유형별로는 인·허가권이 130개, 신고·등록이 97개, 검사·명령이 131개, 기타 사무(160개) 등이다.

예를 들면 항만사무의 경우 기존에는 국가가 관리를 했지만 지방으로 일괄 이양할 경우 지방정부가 관리를 하게 된다.

어린이집 등의 관리사무는 보건복지부, 활동공간에 대한 위생 관리 사무는 환경부, 범죄자의 아동·청소년시설 취업 여부 점검과 확인 사무는 여성가족부에서 관리를 해왔지만 모두 지방정부로 이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 앞서 17개 시도지사와 함께 손을 맞잡고 일자리협력 다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문순 강원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이낙연 국무총리, 이철우 경북지사. 뒷줄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사진제공=연합뉴스

전제조건 1. 중앙과 지방 재정 6:4 비율로 맞춰야

하지만 지방이양일괄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 첫 번째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 비율이 6:4로 맞춰져야 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방이양법을 통해 자치분권의 핵심인 재정이 현재 8(중앙정부) 대 2(지방정부)에서 단계적으로 7대3을 거쳐서 6대4까지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사무가 지방정부로 대규모 이양되면 그에 따른 재정도 이양돼야 한다. 지방정부 중 강남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상당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기에 중앙정부의 예산이 지방정부에 많이 이관돼야 한다.지방정부의 재정을 튼튼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부 사무만 일괄 이양한다면 지방정부는 파산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제조건 2. 자치경찰제 실시

또 다른 전제조건으로는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현재 경찰조직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있다. 지방이양일괄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중앙경찰이 맡고 있는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광역단체 소관 특별사법경찰 등의 관리를 지자체장에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경찰제도는 합법성·능률성·집권성·책임성을 추구하는 반면, 자치경찰제도는 민주성·분권성·중립성·자치성을 추구하는 제도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자치경찰 도입을 제시했다.

찬성론자들은 지방자치제도 취지에 맞게 분권화된 운영방식을 적용해야 하며, 지역 치안에 대한 지역 책임 강화가 필요하는 등의 이유를 들어 찬성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자치단체의 경비부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사권 배분 문제, 자치단체 간의 치안 수준 불균형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전제조건 3.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화

또 다른 전제조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화이다. 아무래도 중앙정부의 사무를 지방정부에 대거 일괄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앙정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작동되면서 중앙부처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이에 대한 조화를 제대로 이뤄내는 숙제도 안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지자체장 간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관할구역을 초월한 특별지자체 설치를 가능하게 해야 하며, 유명무실했던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참여예산 등 주민의 직접참여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은

이해찬 대표는 올해 안에 지방일괄이양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야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양에 대해 “수도권 황폐화”라면서 반대했다는 점을 살펴보면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만 야당들도 지방분권에 대해 큰 틀에서 반대하지 않고 있기에 통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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