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적 구속력 vs 보수야당 발목잡기의 팽팽한 신경전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6·13 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전열을 정비한 상태에서 치르는 첫 번째 정기국회이면서 20대 국회 후반기 정기국회이다. 때문에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뉴스워치는 시리즈로 정기국회 이슈를 집중조명 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이번 정기국회에서 남다른 이슈는 바로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이번 정기국회 때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들은 북한의 비핵화 추진 상황을 지켜본 후에 비준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비준 처리가 갖는 법률적 의미 때문이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게 되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이에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비준 동의안 처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보수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 연달아 비준 동의 처리 촉구

정기국회 첫날인 지난 3일부터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계속해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한반도의 평화에 힘을 보태는 데 여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정기국회에서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다뤄주시길 바란다. 전향적인 논의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도 3차남북정상회담 이전에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 동의안을 처리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 문 의장, 이 대표 등 여권이 비준 동의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반면 보수야당들은 북한이 비핵화 추진 상황을 살펴보고 비준 처리를 하자는 입장이다. 사실상 비준 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 그것이 갖는 법률적 의미

우리나라 법체계를 살펴보면 가장 상위법은 ‘헌법’이다. 헌법 아래에 ‘법률’이 있고, 법률 아래 ‘명령’이 있고, 명령 아래 ‘조례’가 있으며, 조례 아래 ‘규칙’이 있다. 명령은 정부부처의 시행령 등을 의미하며, 조례는 지방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말하고, 규칙은 지방정부가 제정한 법률을 의미한다.

여기서 조약(국가와 국가간의 체결한 명시적 합의)은 법률과 같은 지위의 효력을 갖는다. 문제는 조약이 법률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 동의안 처리가 필요하다.

판문점선언은 국가와 국가 간의 체결한 명시적 합의라는 측면에서 법률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 동의안 처리가 필요하다.

특히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에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비준 처리가 국회에서 이뤄질 경우 법률적 효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추후 필요한 예산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준 처리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항구적 구속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6·15 선언’과 2007년 2차 정상회담의 ‘10·4 선언’ 모두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았고, 또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판문점선언이 이행될 수 있는 ‘항구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서 반드시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수야당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북 상황이 변화할 때 대북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고 보수야당들은 그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비준 처리를 해줄 경우 각 사업마다 자신들이 동의한 판문점선언은 압박 장치가 돼서 돌아올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즉, 대북사업을 중단시키고 싶어도 비준 처리가 된다면 중단시킬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보수야당들로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판문점선언 비준 처리는 종전선언 이후 이뤄지나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기국회에서 비준 처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정부와 여당의 비준 처리 명분은 다소 약화된 상태이고, 오히려 보수야당들의 주장하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비준 처리를 종전선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고, 오는 9월 중순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다면 아마도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당장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숙제이다. 이런 이유로 판문점선언의 비준 처리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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