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컷·문장 한줄도 저작권 있어

▲ 정의의 여신상./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저작권은 그야말로 김춘수의 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한 문장의 저작권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3단독 성기문 판사는 지난 4일 김정민씨(34)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당 문장의 저작권이 인정된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김씨가 지난해 4월부터 한 달 간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의 네온사인을 홍보물로 제작 사용한 것을 보고 소송을 냈다.

해당 문구는 김씨가 지난 2009년 발매한 앨범 ‘1984 청춘집중-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에서 사용한 문구다.

김씨는 소송에서 현대백화점은 자사의 영업이익을 위해 이 문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저작자의 개성이 창작행위에 나타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용어의 선택이나 전체 구성, 표현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해당 문구의 저작권을 인정했다.

해당 문장이 사상과 표현, 용어 선택 등에 있어서 독창성을 가지기 때문에 창작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흡사 김춘수 시인의 꽃의 표현과 비슷하다. 꽃이라는 물체에게 ‘꽃’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면서 ‘꽃’이 된 것이다.

즉,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것은 흔한 문장이지만 김씨가 창작물에 사용을 했기 때문에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논란은 대한항공 광고에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당시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의 ‘솔섬’이라는 사진이 우리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진작가들이 강원도 삼척의 솔섬으로 출사를 많이 나갔다.

이에 대한항공은 콘테스트를 해서 입상자의 작품을 광고에 적용했다. 이에 격분한 사진작가 케냐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하지만 이른바 우회 도용에 대해서 법원은 대한항공 손을 들어줬다.

자연풍광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자연풍광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지만 사진 저작물의 창작성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사진작가 케냐 이후에 나온 솔섬과 관련된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사진작가 케냐의 ‘솔섬’을 차용한 작품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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