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근로자 구매력은 낮아져...최저임금 영향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지난 3일 서울 신길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45)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후 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비단 주부 김모씨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각종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에서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물가의 상승은 무섭다고 표현할 정도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1로 전년 동월 대비 1.4% 상승했다. 이는 11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 여름철 폭염 등 작황이 불안정해지면서 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채소류 가격은 7월보다 30.0% 상승했는데 배추는 71.0%, 수박 63.2%, 무 57.1%, 파 47.1% 그리고 시금치는 무려 128.0%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많게는 100% 이상, 적게는 50% 이상 폭등했다.

이와 더불어 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제품이 전년 동월 대비 12.0% 인상했다. 휘발유는 11.0%, 경유는 13.4%의 가격상승을 보였다.

서비스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8.0% 올랐는데 개인 서비스 요금이 2.4% 오르면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세계가 알아주는 살인적인 물가, 하지만 소득은 중하위

이처럼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가가 살인적인 물가라는 것은 통계청의 수치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금융기업 UBS가 발표한 ‘2018 물가와 소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식품 가격 수준은 전세계 77개 도시 가운데 3번째로 높다.

스위스의 제네바와 취리히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살인물가를 자랑하는 도쿄는 서울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반면 소득은 제네바와 취리히가 최고 물가를 자랑하지만 1, 2위를 차지했지만 서울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다시 말하면 벌이는 시원찮은데 식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서울 근로자의 구매력은 전세계 38위에 그쳤다.

임금 근로자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고용노동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구매력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는데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실질구매력이란 실질임금과 임금 근로자 수를 곱해 구하는 것으로, 한 국가의 임금 근로자 전체 소비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 실질구매력 증가율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은 고용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금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41만 8000원으로 전년대비 0.8%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정부기관은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비용 줄이기에 나서며 채용을 꺼렸고, 직원들에게 주는 급여가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시행으로 더 악화

이같이 지난해 임금 근로자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더 심화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에 따른 고용악화와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 감소 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에 그쳤고, 실업률은 3.7%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고용한파가 불어 닥쳤다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명이 아니라 5000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놀랐다”며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안에 있는 업종의 타격이 심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한파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주52시간 시행이 지난 7월부터 이뤄지면서 임금이 감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고용한파와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 감소 등으로 인해 올해 임금 근로자의 실질구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