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주민 생계 걱정해야" vs "이동진 진도군수는 공약 이행하라"

▲ 진도 팽목항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기다림의 성지가 됐던 진도 팽목항 분향소가 3일 철거된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그 순간부터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장소로 사용돼 왔다.

팽목항 분향소는 2015년 1월 14일 참사 발생 9개월 만에 설치됐고, 3년 7개월이 지난 이날 철거된다.

애초 미수습자 9명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면서 컨테이너 2개동을 이어 붙여 길이 18m, 너비 3m, 높이 3m 규모의 분향소를 설치했고, 그 안에 희생자 304명의 사진과 위패를 두고 분향할 수 있게 했다.

분향소는 설치 당시 선체 인양 때까지 운영하기로 유가족과 진도군은 합의를 했고, 지난해 3월 말 선체가 인양하면서 지난 4월 16일 합동영결식이 열린 상황을 고려해 철거하기로 했다.

이에 시설물은 이달 말까지 모두 해체하지만 분향소 주변의 솟대나 십자가 등 추모 예술품은 보존하기로 했고, 방파제에 있는 ‘기다림의 등대’와 ‘기억의 변화’, ‘하늘나라 우체통’ 등 상징조형물은 그대로 보존된다.

진도항 2단계 개발 착수

사실 팽목항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진도항’이다. 지난 1996년 12월 해양수산부에 연안항 지정 신청을 냈고, 1998년 2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연안항 지정고시를 받았다.

이후 진도군의 항반건설 계획을 마련하게 됐다. 진도군은 섬이면서도 항구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진도항에 항만을 건설해서 진도의 발전을 꾀하려고 했다.

이에 2013년 ‘팽목항’에서 ‘진도항’으로 개명을 했고, 이에 진도항 2단계 개발 사업에 착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진도 주민은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진도 주민들은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하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섬에서 희생 당했다는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또 다른 하나는 ‘진도 팽목항’하면 ‘세월호’가 떠오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감소했다.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해도 주로 추모를 하는 등 경건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휴양지로서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경제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또 하나의 고통은 ‘진도항 개발’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팽목항에서 진도항으로 개명까지 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진도항 개발이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전면 중단됐다.

이에 분향소가 철거되고 나면 진도항 2단계 개발에 착수할 전망이다. 공사가 재개된다면 분향소 자리에는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민단체, 추모공원 들어서야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분향소 자리에 추모공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4·16공원추진위원회와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4·16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72개 시민단체는 3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정부와 전남도, 진도군은 팽목항에 4·16공원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팽목항 분향소는 생명과 사랑을 기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면서 추모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분향소 자리에 진도항 대합실과 주차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진도항 2단계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이동진 진도군수는 팽목항 4·16공원 조성 공약을 책임지고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개발과 추모 사이에서

인터넷에서도 여론이 뜨겁다. 그동안 진도주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떠안았기 때문에 이제는 진도항 2단계 개발 공사를 착수해서 진도 주민들의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여론과 팽목항은 국민에게는 특별히 기억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런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하다.

시민들의 반응 역시 엇갈린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45)는 “팽목항이 이제 세월호 참사에 할 만큼 했다. 진도 주민들의 생계도 이제 걱정해야 할 때이다. 진도 주민들에게 언제까지 세월호 참사 안에 갇혀 생활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동대문에 사는 신모씨(27)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참사이다. 그런 참사를 기리는 추모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반드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픔이지만 그것을 진도 주민들이 영원히 떠안고 갈 수 없다는 여론과 추모공원을 통해 영원히 기억하나는 여론 사이에서 이날 분향소는 철거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