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판결 vs 부정적 영향 미쳐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당구가 건전한 스포츠인 것은 이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은 여전하다. 그리고 법원 역시 판단이 각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혼선을 빚고 있다.
당구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스포츠로 인식됐지만 최근 청소년 당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건전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인들 사이에서 당구는 고리타분한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당구가 건전한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당구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이냐 여부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청은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범위 내 지역을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설정해 유해시설 운영을 차단하고 있다.
만약 당구장이 유해시설로 인정되면 학교 인근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당구장 업주와 교육청 간의 갈등은 오래된 숙제이기도 하고 결국 각 지역 행정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는 법원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인천지법 행정2부, 유해시설 아니다 판결
지난 28일 인천지법 행정2부(김예영 부장판사)는 당구장 업주 A씨가 경기 김포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금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A씨는 중학교 인근 180m 떨어진 곳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관할 김포교육지원청에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시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관할교육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구는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만 18세 미만도 출입이 허용되는 등 건전한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당구장은 유해시설이 아니므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구장을 운영함으로써 중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환경에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A씨가 입게될 재산권 침해 등의 불이익이 더 크다면서 교육청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통학 길목에 당구장 개업 안돼
하지만 지난 6월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학생들이 통학하는 길목에 당구장을 개업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당구장을 개업하려는 업주 B씨는 서울 강동송파교육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주 B씨는 당구장이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에서 벗어나 있고 학교 인근에는 이미 수개의 당구장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구는 건전 스포츠 종목이기도 하지만 장소와 환경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학업 및 보건위생 측면에서 나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묵은 숙제, 당구장은 유해시설이냐
분명 당구는 건전 스포츠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구장을 청소년 유해시설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당구장에는 흡연 및 음주도 가능하게 하는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었지만 이제는 당구장에서 흡연이나 음주는 완전히 불가능하게 됐다. 때문에 청소년 유해시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과거 흡연이나 음주 등을 허용했던 만화방도 청소년 유해시설로 지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만화방에는 19금 성인만화책도 비치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만화방이 청소년 유해시설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청소년 유해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록 흡연이나 음주를 금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구장은 아직도 청소년들이 출입하기에는 부적절한 장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법원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 허가 여부에 대해 더욱 혼란을 가중 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