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발에 오줌누기’, ‘백화점식 응급처방’ 비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좌측)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백운악 기자]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지원한다며 세금과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고, 근로장려금과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금액도 지금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채산성(採算性)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덜어주거나 세금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우선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현재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주는 근로장려금(EITC)의 소득과 재산 요건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현재 57만 가구에서 115만 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영세 자영업자 기준이 연매출 24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10만 9000명이 1인당 평균 20만원의 세금을 면제받게 된다.

세금 감면과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도 함께 발표됐다. 정부는 식당 주인이 농산물을 사들이면 구매 금액의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의 한도를 한시적으로 5%포인트 높여주기로 했다.

또 결제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현재 3.0%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1.8∼2.3%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개인택시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도 0.5%포인트 인하(1.5%→1.0%)해주기로 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명분으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원인을 제공했다. 현재 시간당 7530원에 달하는 최저임금은 내년 8350원까지 오른다. 편의점 주인들은 “직원에게 이 돈을 주고 업주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100만원 안팎”이라고 하소연 한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대거 폐업에 나섰고, 이것이 고용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68만 2000명(2017년말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21.3%에 이른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재심 불가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협상력 제고’를 위해 소상공인 단체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일자리안정자금 증액 등 7조원이 넘는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여당과 정부는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특별지원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초저금리 특별대출 1조 8000억원을 지원하고, 자영업자 카드매출에 연계한 특별대출 2000억원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온누리상품권 판매 규모를 내년 2조원(2018년 1조 5000억원)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편의점주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 ‘백화점식 응급처방’이라고 불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의 자영업대책에 대해 최저임금이란 본질을 외면한 미흡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가져왔고, 최저임금 제도 개선의 직접적 방법인 ‘사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강조했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발표는 대략적인 로드맵 제시도 없다. 이는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 처방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대책을 사자성어로 요약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凍足放尿)’”라며 “담배에 붙는 세금까지 매출로 잡는 것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편의점 점주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꼭 해야 할 개선사항이었는데 제대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앞서 국세청이 ‘569만명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정지원’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자영업자는 “그런 발표를 했느냐”고 반문하면서 “성실납부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 유예는 의미가 없다”고 냉담하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구멍가게조차 현금이 아닌 카드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탈세는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발표 관련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하지만 ‘세무조사 유예’를 해도 ‘탈세’ 제보가 들어오면 조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로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체납을 국세청이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작년 6월 30일 기준 체납이 3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자영업을 하거나 근로 생활을 3개월 이상 할 경우 ‘체납 소멸’을 시켜주는 것을 지원대책으로 내놓아 성실 납부한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문 정부가 추진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정책이 지지율 추락과 고용 참사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인기영합적인 대증요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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