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 혐의에서 ‘허위사실’이란

▲ 허위사실을 주장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3일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아 명예훼손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4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허위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근현대사에서 많은 이들이 공산주의자로 낙인이 찍히는 등 빨갱이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일반 시민이 생각하기에는 다소 의아한 판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명예훼손죄를 교묘하게 파고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있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있다.

검찰은 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시켰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갖고 법정 다툼을 할 경우 가장 큰 이슈는 해당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여부와 피고인이 허위사실인지 인지한 상태에서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했는지 여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엄연히 ‘허위사실’이다. 하지만 허위사실을 유포에 있어 고의(故意)가 있었는지 여부도 따져야 한다.

만약 누구나 보아도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도 피고인이 ‘사실’이라고 신뢰하고 이를 유포했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지구는 네모다’라고 믿고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다.

고 전 이사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나는 28년간 검사 생활 대부분을 공안 분야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면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합진보당 사건을 맡은 공안 전문가였다”며 “지금은 보복이 두려워 공개 발언이 없을 뿐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언급했다.

즉,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는 믿음을 갖고 유포를 한 셈이기 때문에 고 전 이사장 자신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라는 고의성을 갖고 있지 않게 된다. 따라서 허위사실 유포가 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만약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면 당연히 허위사실 유포 혐의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믿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 셈이 되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허위사실 유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유포하는 사람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유포를 해야 한다.

즉, 고의(故意)성 여부가 있느냐 없느냐가 이번 재판의 가장 큰 관건이었고,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