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경쟁에 검찰도 먼저 칼 꺼낼 수 있어

▲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기업들의 불공정 경쟁에 앞으로 검찰도 먼저 칼을 꺼낼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갖고 있던 전속고발권이 부분 폐지되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불공정 경쟁의 판단을 누구나 하고 그에 따른 고발이 난무하게 된다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전속고발권이 유지돼 왔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정위와 기업들간의 짬짜미가 발생한다는 역효과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38년 만에 결국 부분 폐지하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 서명

공정위와 법무부는 21일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폐지대상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가격이나 입찰담합 등은 신규사업자들의 시장진입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그에 따른 비효율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동안 계속 제기됐다.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에 대한 부작용 발생을 우려해서 자진신고를 할 경우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감면하는 법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즉, 자진신고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집단에 대한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면서 건전한 투자도 유도하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한다.

이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은 현행 상장사 30%(비상장 20%)에서 상장과 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해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기업 203곳에서 441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요건을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는 등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와 인수도 가능하게 했다.

공정위 법집행의 절차적 적법성과 피조사 기업의 방어권 강화에 대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긴다.

정상적인 기업활동 자율성 침해 예방이 관건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선이 강하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됐기 때문에 기업 경영활동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정상적 기업활동과 경제주체들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비대화 우려에 대해서는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해 우선 수사하고, 공정위와 협의해 그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기업 하시는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정부도 공정거래법상 형벌규정을 정비해 나감으로써 공정한 경쟁 룰은 지키되 자유롭고 정당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로 인해 이제 검찰도 먼저 칼을 꺼낼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시민단체들과 민원인들은 공정위와 검찰 모두에게 기업의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제보를 하면서 고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에 따른 기업의 경영활동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때문에 말로 약속을 하기보다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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