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영장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집권 여당의 허익범 특검 때리기가 가관이다. 결국 법원은 김 지사의 손을 들어주며 구속 영장을 기각시켰다. 일각에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허익범 특검이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 포털 업무방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여당은 일제히 특검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검이 8월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해 17일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동안 공세는 집중됐다.

포문은 피의자 신분에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먼저 열었다.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김 지사는 “특검이 무리한 판단을 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추미애 당 대표는 “특검이 보인 불법적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 보복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재판부에게는 “공정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월권행위”라며 “특검 활동이 끝난 뒤 철저하게 밝혀내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도 내놓았다.

‘대통령 최측근’에 대한 감싸기는 전당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문심’ 경쟁을 벌이는 김진표, 이해찬, 송영길 3인 당권주자도 예외가 아니였다. 이 의원은 “지나치다. 법원에서 당연히 기각될 것”, “저는 김경수 지사를 신뢰하며 어떠한 위법행위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 뜨거운 애정공세를 펼쳤다.

송영길 의원은 “우리는 끝까지 김경수 지사를 지켜낼 것이고 싸울 것”이라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였다. 그나마 김진표 의원은 “잘못된 영장청구로 유감스럽다”, “무리한 영장청구에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상대적으로 점잖게 꾸짖었다.

확실한 친문인 홍영표 원내대표를 빼고는 주류 속 비주류 인사들일수록 ‘김경수 감싸기’ 발언의 도가 지나쳤다. 특검에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 추미애 당 대표나 사적관계를 드러내면서까지 감싼 이해찬 의원은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물론 발언 배경에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심잡기 일환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주류인 송영길 의원의 발언을 보면 그는 전장터에 선 장수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오히려 신친문으로 분류돼 노골적으로 김경준 감싸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 김 의원은 톤을 확 낮췄다. 당권 주자별 발언을 보면 김진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것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의 허익범 때리기가 금도를 넘었다는 점은 그 임명 과정을 살펴보면 알수 있다. 여야는 지난 5월21일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 특검법을 재적 288명에 찬성 183명, 반대 43명, 기권 23명으로 가결했다. 120여명의 여당 의원 다수가 찬성했다. 국회를 통과한 드루킹 특검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공포됐다.

허 특검보 임명도 문 대통령이 했다. 문 대통령은 6월 7일, 야3당 교섭단체가 특검법에 따라 추천한 임정혁·허익범 변호사 2명의 후보 가운데 허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허 특검은 이후 문 대통령에게 특검보 후보자 6명을 추천해, 박상융, 김대호, 최득신 변호사가 특검보로 임명되면서 허익범 특검팀이 출범했다.

야당 몫으로 임명된 특검보라고 뉴라이트 출신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지만 정치 특검비판처럼 정치적 발상일 뿐이다. 애초부터 김 지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높았다면 끝까지 여당은 특검을 받지 않았으면 됐다. 국회선진화법이 생겨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일방적 법안통과는 불가능하다. 또한 특검법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집권 여당이 재판부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특검을 겁박하고 재판부를 회유하는 발언은 김 지사 구속영장 기각이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허익범 특검이 정치특검으로 변질됐다고 공격하면서 사법부 고유의 영역을 정치 공세를 통해 김 지사의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에 대해 여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

백운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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