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여지 있다는 것은 범죄 사실 소명 부족

▲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영장 청구가 18일 기각됐다.

허익범 특검팀은 김 지사를 드루킹 일당의 공범으로 지목하며 매크로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의 정상 업무를 방해했다며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0시 40분께 공모 관계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기각했다.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고 피의자의 주거와 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이유는 해당 행위가 범죄행위에 명확하게 해당된다고 판단되고, 이에 따른 도주 우려 혹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제시한 기각 사유 셋

그중 김 지사는 경남지사라는 직책이 있기 때문에 도주 우려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범죄행위에 대한 소명이 명확하고 그에 따른 증거인멸이 있느냐 여부이다. 이에 대해 공모 관계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특검이 김 지사의 행위에 범죄 여부를 명확하게 법원에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김 지사의 행위가 범죄행위인지 여부는 법정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거인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속영장에 김 지사를 ‘공모’로 기재했다. 이는 댓글 여론조작을 드루킹 일당에게 지시한 ‘교사범’이나 여론조작을 방관하는 ‘방조범’이 아니라 함께 댓글 여론조작을 한 공범으로 본 것이다. 이를 법적 용어로 공동정범으로 불린다. 공동정범이 되기 위해서는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조작에 대한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은 그 결정적인 증거는 없고 주로 간접증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검, 보강수사 후 불구속 기소 가닥

상처를 입은 특검은 보강수사 후 불구속 기소를 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보강수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관련자들의 진술 등 간접증거에 의존해야 하는데 김 지사는 이미 두 번이나 소환조사를 했기 때문에 또다시 소환조사를 하기는 힘들다.

뿐만 아니라 김 지사의 기각으로 인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은 탄력이 붙기 힘들게 됐다. 물론 야당들은 일제히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기각된 상태에서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연장을 한다고 해도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더욱이 특검이 김경수 지사 다음에 송인배,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을 소환 조사했다. 통상적으로 수사를 할 때 기소를 하려는 사람을 맨 마지막에 소환해서 조사한다.

그런데 특검은 김 지사를 수사한 후 두 청와대 비서관을 조사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김 지사가 원래 목표가 아니라 청와대가 목표가 아니었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의 기각으로 인해 특검은 상당한 상처를 안게 됐다. 그리고 이제 남은 쟁점은 수사기간 연장 여부다.

與 “부당한 수사” vs 野 “수사기간 연장해야”

정치권은 당장 특검 거취를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당수사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특검을 향해 맹비난을 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한 요구로 자유한국당 추천이라는 허익범 특검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불순한 정치행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사유를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하고, 특검기간을 연장해 드루킹 사건의 진실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면서 수사기간 연장을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수사기간 연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사기간 연장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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