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은 ‘몰랐다’는 이유로 불기소...의혹은 남아

▲ 지난 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해 작업자들이 석탄을 내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이라고 속여 국내에 반입된 것이 최종 확인됐다. 10일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 중간수사결과에서 국내 3개 수입법인이 지난해 4~10월 총 7회에 걸쳐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 3만 5천톤을 국내로 반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지역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한 후 원산지를 러시아로 속였다.

이에 관세청은 이들 법인 3곳과 관련 대표 3명을 관세법 위반, 형법상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남동발전 등 수입회사는 기소하지 않으면서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유엔 대북제재로 인해 원산지 속여

북한산 석탄을 들여왔던 이들은 유엔 대북제재가 이뤄지면서 북한산 석탄 수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원산지를 속인 것이다.

지난해 8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2371호) 등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러시아 항구에서 하역한 후 제3 선박으로 바꿔 원산지증명서를 위조, 세관에 제출해 러시아산인 것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 개연성이 큰 러시아산 무연성형탄에 대한 세관의 수입검사가 강화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당시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필요 없는 세미코크스인 것처럼 품명을 위장해 세관에 거짓 신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 등 금수 조치로 거래가격이 하락해 국내 반입 시 매매차익이 크기 때문에 불법 반입을 결정한 것으로 관세청은 추정했다.

다만 남동발전은 사전에 북한산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기소 의견으로 결론을 내렸다.

석연찮은 남동발전 의혹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남동발전으로부터 지난해 10월 동해항에 입항한 러시아산 석탄의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받아 검증한 결과, 홀름스크항에서 들여온 무연탄의 원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무연탄 5119톤을 선적한 ‘샤이닝리치호’는 지난해 10월 19일 동해항에 도착, 남동발전에 납품했다.

당시 해당 무연탄 원산지 증명서를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 원산지증명서 검증 사이트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해당 인증서는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하지만 나훗카항에서 들여온 458톤의 무연탄에 대해서는 노보시비르스크 상공회의소에서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는 조회 결과 진본이었다.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는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에서 발급하고 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유번호와 전산등록번호 및 발급일을 기입하면 진위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즉, 남동발전이 원산지증명서를 조회만 하면 허위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더 나아가 관세청이 제대로 조사했다면 국내 반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겠냐는 반문이 가능하다.

더욱이 이번 조사 때 한국전력공사는 국내 로펌에 이번 의혹과 관련해서 법률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 한전은 국내 로펌 2곳에 남동발전이 제재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제재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윤 의원은 “정부는 남동발전이 해당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믿고 수입했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고 했는데 왜 한전이 법률자문을 받고 있나”면서 “한전의 법률자문 요청은 해당 석탄이 북한산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컨더리 보이콧 등으로 인해 꼬리자르기?

이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남동발전은 몰랐다면서 불기소 의견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만약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 반입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결론이 날 경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 제재대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제재대상에 포함될 경우, 한전 발행 주식 총수의 5.18%(연간 거래규모 약 24억7천만 달러≒2조8천억원)가 거래되는 뉴욕증권시장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수주규모 약 12조원) 및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규모 추산불가) 수주 역시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외에도 한전은 해외 38개국에서 화력, 원자력, 신재생, 송배전, 에너지신산업 등 5개 분야 48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이들 사업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관세청은 수입업체만 기소를 하고 남동발전은 불기소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정조사 요구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정조사를 통해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중대한 외교적 현안을 지난 10개월 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러시아산이라고 우기다가 관세청에서 뒤집어진 것은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력 때문이며, 정부가 알고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확산되고 있다”고 질타햇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중대한 외교안보적 상황을 일개 업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유엔 결의안 위반으로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를 뿌리째 뒤흔드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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