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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난 드라마 촬영현장, 25시간 촬영에 2시간 쪽잠불공정 계약 관행에 열악한 방송제작 시스템 민낯 보여줘
   
▲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최근 SBS 드라마 카메라 스태프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드라마 제작현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했다.

이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방송제작현장의 사고들이 불공정 계약관행과 열악한 방송제작 시스템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임을 유추하기에 충분했다.

최대 25시간 촬영을 하고, 저녁식사도 거르며 사우나에서 겨우 2시간 쪽잠을 자고 복귀하는 그런 방송제작 시스템에서 스태프가 살아남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루 20시간 노동은 비일비재, 최대 30시간 초과 촬영

추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20시간 이상 노동은 다반사이고,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30시간 초과해 촬영을 강행하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경우 전날 18시간 이상 촬영을 마치고 당일 23시간 30분간 촬영을 한 후 2시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사우나에 다녀와 다시 촬영환경에 복귀해야 했다.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촬영시간을 기록한 16일 중 18시간 이상 촬영이 이뤄진 날이 11일이었고, 이중 5일은 20시간을 초과했다. 최소 촬영시간은 12시간이었다.

심지어 tvN ‘식사를 합시다3 비긴즈’에서는 12시간 이상을 촬영하면서도 저녁식사를 못했다는 제보까지 있었다.

노조, “죽을 것 같이 일하면 죽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노조 측은 “죽을 것 같이 일하면 죽는다”면서 방송스태프들의 절규는 은유나 과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제대로 밥 먹을 시간과 잠 좀 자자는 생존권 차원의 요구”라면서 “‘노동 존중’과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내건 촛불 정권이 탄생한 지 1년이 넘었고, ‘인간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던 ‘노동시간 단축’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음에도 드라마현장은 아직도 ‘법’의 울타리 밖, 무법지대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방송 제작현장은 극한의 정신력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고역의 현장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자괴감과 두려움이 국민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는 방송 일에 대한 자부심을 짓누른 지 오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사와 제작사는 하루 빨리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단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도 전시행정 차원의 캠페인성 대책마련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건강한 방송 노동환경을 유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죽을 것 같이 일하면 죽습니다”면서 방송 드라마 제작 환경의 개선을 호소했다./사진제공=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때마다 이어지는 스태프 사망 사고

지난 1일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드라마 제작현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하지만 스태프들의 사망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J E&M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EBS 외주제작 PD 사망사건 등 방송계의 열악한 제작 환경은 그야말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사망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말로는 그래왔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다못해 그 흔한 계약서조차 제대로 쓰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이상돈 의원이 방송작가유니온 등을 통해 입수한 ‘방송제작스태프 계약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제작스태프 2007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76.2%인 1529명이 서면게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방송 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경우는 무려 85.3%(1124명)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응답자의 65.7%(1318명)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프리랜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송제작스태프의 대부분이 고용안전망에서 배제돼 있다.

직장사회보험 미가입자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0%에 이르렀고, 법적 노동자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에도 49.0%(200명)의 방송제작스태프가 직장사회보험에 전혀 가입돼 있지 않았다.

주52시간은 남의 나라 이야기

이처럼 방송 스태프는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주52시간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탄력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뜨거운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방영시간 줄이기가 필요하다. 현재 드라마 방영시간이 광고를 포함해 72분으로 합의를 했지만 어떤 드라마는 90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하루에 촬영하는 드라마 분량이 10~15분 정도 분량인 점을 감안한다면 광고를 포함해 60분으로 줄이게 된다면 그만큼 촬영하는 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인적인 스케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공중파 방송에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케이블채널까지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면서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보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광고를 포함해 90분 이상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면서 스태프는 살인적인 제작 환경에 직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드라마 방영시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뜨겁다. 결국 드라마 방영시간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법으로 강제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사라는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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