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미대상 차량에 화재, 차주들 불안 증폭돼

▲ 9일 오전 8시 50분께 경기도 의왕시 제2경인고속도로 안양방향 안양과천TG 인근을 지나던 BMW 320d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5분 만에 꺼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9일 오전 BMW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과연 BMW 측이 제기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의 결함 때문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경남 사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BMW 730Ld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주행 중 보닛 쪽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인근 졸음쉼터에 차를 정차시키고 대피했다.

문제는 해당 차량은 리콜 대상 차량이기는 하지만 제작일자는 리콜 대상이 아니다. BMW는 지난달 27일 리콜 계획을 발표했는데 730Ld 차량도 포함됐다. 하지만 제작일자는 2012년 7월 2일부터 2015년 1월 28일로 한정했는데 이날 화재 발생 차량은 2011년도 차량이기 때문에 리콜대상 제작일자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남해뿐만 아니라 1시간 뒤인 오전 8시 50분께 경기도 의왕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BMW320d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BMW측, EGR 결함 탓

이미 BMW 측은 지난 6일 공식사과를 하면서 EGR 부품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화재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독일 본사에서 온 기술진들이 설명했는데, 기존의 발표대로 EGR 부품의 결함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EGR 부품에 생긴 틈으로 냉각수가 유입됐고, 냉각수 안에 화학물질이 부품 속에 쌓이면서 발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판매된 차량에 다른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유럽에서 판매된 것과 동일한 사양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화재는 리콜 대상도 아니었다...차주들 은폐 의혹 제기

그런데 이날 제작일자가 한참 전인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EGR 결함에 의한 화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차주들은 BMW 관련자를 이날 경찰에 고소했다. BMW 피해자 모임의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와 차주들 21명은 이날 오전 서울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결함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BMW 본사와 BMW코리아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MW코리아에 대해 보증서 계약 위반과 결함은폐에 대한 불법 행위 책임, 도이치모터스에 대해서는 민법상 하자 담보 책임에 따른 손해 배상 청구 등 민사 소송은 따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씨는 “2016년 말부터 신형 BMW 차량은 EGR 밸브 설계변경을 했다는 건 BMW가 이미 화재 원인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BMW는 이미 결함을 알고 있었다???

올 3월 BMW코리아가 환경부에 제출한 일부 차량에 대한 결함시정계획서에 따르면 EGR 밸브가 멈춘 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해 고착되는 문제가 있다는 결함 내용을 기재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를 재설정하겠다는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6일 소프트웨어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결함시정계획서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다른 결함시정계획에 따르면 EGR 밸브에 볼트가 마모돼 작동되지 않는다면서 밸브를 교체하라고 기재돼 있다.

즉, EGR 누수현상에 따른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결함조사와 관련해서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해서 “화재발생 원인에 대해 제기된 모든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전문가 참여로 조사 기간을 단축시켜 올해 안에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10개월은 너무 길다면서 연말까지 결론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EGR vs 다른 요인, 조사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고

올해 연말까지 조사가 마쳐지면 국토교통부는 원인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BMW측이 밝힌 EGR 결함이 원인이 될지 아니면 소프트웨어 등 다른 요인이 있을지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BMW 측은 이번 화재로 인해 차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되는 상황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EGR이 아닌 소프트웨어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소송비용은 천문학적 액수가 된다.

BMW 측이나 차주나 정부나 이번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업계에서도 BMW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EGR 원인인지 여부에 따라 BMW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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