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상 지칭한 것 아니기 때문에 혐의 적용 쉽지 않을 듯

▲ 이부망천 발언으로 고발된 무소속 정태옥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대구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이른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무소속 정태옥 의원이 최근 명예훼손죄와 관련해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정의당과 시민단체는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면서 고발을 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6월 7일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이었던 정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이혼 한 번 하거나 직장 잃으면 부천 정도 갑니다. 부천 살다가 또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갑니다”고 말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과연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다른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공공연히 지적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명예훼손은 개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만든 형법 조항이기 때문에 단체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시키기 힘들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예를 들면 “XX 지역 사람들은 성질이 더럽다”라는 발언을 했다면 이 ‘XX 지역 사람들’이란 것이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XX 지역 구청 건설교통과 공무원들은 성질이 더럽다”는 것은 특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강용석 전 의원이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줘야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아나운서협회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당했을 때 대법원은 ‘강 의원이 발언이 최소 700~800명 여자 아나운서를 특정했다고 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고 판결했다.

즉, 강 전 의원이 ‘아나운서’라고 했을 때 특정 직업은 국한되지만 모든 여자아나운서를 특정했다고 하기에는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무죄를 적용했다.

이런 대법원 판결을 볼 때 ‘이부망천’ 발언을 한 정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선이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110조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와 관련해 특정 지역이나 지역인,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가장 핵심은 ‘고의성’ 여부다. 정 의원은 ‘고의가 없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소송까지 간다면 검찰은 ‘고의성’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재판에 갔을 때 이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천 시민단체들이 인천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문제는 민사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안이 완전히 다르다.

다만 피해의 구체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부망천 발언이 인천의 경제적 가치를 얼마나 떨어뜨렸는지 그 피해의 구체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부망천 발언 이후 집값이 폭락을 했다는 등의 구체적 피해 사례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집값 폭락의 원인이 이부망천 발언 때문이라는 연관성도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이것 역시 민사소송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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