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 놓고 여야 첨예한 논쟁, 정부 통제 vs 민주국가의 의무

▲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놓고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이른바 ‘국가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내세운 새로운 논리가 바로 ‘국가주의’다.

보수가 시장경제 원리를 내세우면서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주의’는 보수의 새로운 논리를 무장시켜주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의무라면서 공화정에서도 정부의 통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국가주의부터 반성하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가주의가 뭐기에

국가주의는 정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국가를 가장 우월한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권력이 경제나 사회 정책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부의 통제를 허용하는 이념을 국가주의라고 부른다.

국가주의는 ‘미나키즘(minarchism : 야경국가)’부터 전체주의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야경국가는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법집행 기관만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복지국가도 국가주의 범주에 해당하며 전체주의는 국가주의의 가장 끝을 보여주는 국가형태이다.

전체주의는 권위주의 국가가 도덕이나 특정문화를 강제하거나 입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 않고 모든 개인은 오직 국가의 명성과 안녕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국가주의는 국가가 경제를 감독하면서 경제개발을 이뤄내는 것을 말한다. 박정희 시대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은 경제적 국가주의의 일종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자유한국당

김병준, ‘국가주의 vs 자율주의’ 구도로 재편

김병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표현하면서 국가주의에 대항하는 자율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장은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최소한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시장을 개입할 때에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에 의해 선출됐고, 공화정의 대통령이지만 실제로는 국가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정부에게 있다는 일종의 전체주의 국가를 이야기한 셈이다.

국가가 과도하게 시장이나 사회적 정책에 대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민간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보수가 ‘산업화’와 ‘안보’라는 두 사상의 무기를 갖고 몇십년을 버텨왔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쳐오면서 ‘산업화’라는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왔다.

더 이상 ‘산업화’로는 보수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통해 드러나면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홍준표 전 대표는 ‘안보’를 무기로 내세워서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잇따라 개최하면서 ‘안보’라는 이데올로기 무기도 무력화됐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한데 김 위원장은 ‘국가주의’를 통해 보수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먹방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김 위원장이 국가가 과도하게 개인의 생활을 개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을 했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도 기업경영과 지배구조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출처=더불어민주당

 민주당, 문재인 정부는 엄연한 민주공화정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국가주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 사례로 언급한 초중고교 카페인 식품 판매 금지 정책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물질로 보호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권을 도전하는 이해찬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에 대한 개념을 오해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공화제 정도지, 국가주의는 아니다. 국가주의는 옛날 박정희 대통령 때가 국가주의”라고 반박했다.

즉, 박정희 정부 때는 ‘국가주의’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민주공화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진출처=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간섭 vs 민간 자율의 범위

결국 김 위원장과 민주당의 논리는 ‘국가주의’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주의를 넓게 해석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가 다분히 읽히고 있고, 민주당은 국가주의의 개념을 최대한 좁혀서 국가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보인다.

예부터 국가주의와 민간자율 사이에서 어떤 경계선을 그어야 할 것인지 정치학계에서는 상당한 고민을 했다.

어떤 것을 민간자율에 맡겨야 하고 어떤 것을 국가가 개입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번 논쟁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와 민간 자율에 얼마만큼 맡겨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 자체는 죄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전제조건은 국민적 합의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민주공화제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 역시 국민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민주공화제가 유지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시스템 역시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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