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은 급감하고 배달은 늘어나고 모기약 매출은 떨어지고

▲ 최장 최악의 폭염이 계속된 2일 아침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부채로 뜨거운 햇빛을 가리며 출근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폭염이 계속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 변화를 겪고 있다. 주로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면서 안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이로 인해 여기저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부들은 밥 짓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찌는 듯한 한낮을 이기지 못하고 해수욕장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는 울상을 지어야 했다.

너무 더운 탓에 술집의 발길이 끈기면서 국내 맥주업계의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됐으며 모기들도 사라지면서 살충제 업체들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 흔히 보였던 여름날의 풍경이 폭염 때문에 사라지면서 그야말로 산업계 전반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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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데 누가 요리를 해먹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37)는 “더운데 누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나”라면서 요즘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음식 배달앱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전주 같은 요일에 비해 7%증가했다. 이날 서울은 최고기온이 섭씨 38도까지 치솟으면서 7월 들어 가장 더운날을 기록했다. 최고기온 35.7~38.0도의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21~24일 주문량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이처럼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외식을 하거나 안에서 음식을 해먹는 일이 줄어들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는 오프라인 쇼핑에 비해 온라인 쇼핑이 증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커머스 업체 티몬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모바일로 장을 보는 소비자가 최근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일주일간 슈퍼나 마트의 즉석·신선 식품과 생필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달 동기 대비 주문량이 48%나 증가했다.

폭염이 닥치면서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하기보다는 온라인 등을 통해 생필품을 공급받는 경우가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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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약 매출 급감, 살충제 회사들은 ‘울상’

폭염은 모기약 매출을 급감시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모기장, 모기약 등 해충퇴치 상품군의 매출이 최대 24% 감소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최대 11.8% 감소했다.

감소한 이유는 모기가 폭염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모기 개체수가 급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모기는 섭씨 30도가 넘고 자외선이 강하면 활동량이 크게 저하된다.

게다가 올해는 오랜 가뭄 때문에 모기가 생육할 수 있는 조건인 저수지가 급감하면서 모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면서 모기의 개체수도 급감했다.

모기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충제 매출도 줄어들게 된 셈이다. 살충제 업체는 여름 한철이 가장 매출이 가장 높은 계절이지만 올해는 모기 개체수 급감으로 인해 근심걱정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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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생산업체, 웃어야 돼 말아야 해

얼음 생산업체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이 되고 있다. 폭염 초반에는 얼음 공급물량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얼음의 가장 큰 수요는 아무래도 재래시장에서 생선장사이다. 그런데 폭염이 지속되면서 손님이 급감하면서 재래시장 자체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러다 보니 아예 생선장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얼음 생산업체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계속 공급했지만 얼음을 공급해도 그때뿐이고 얼음이 순식간에 녹으니 생선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에 비해 얼음 공급을 위해 나가는 비용이 더 많아지면서 생선장사를 아예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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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손님들의 급감, 지자체의 한숨은 깊어가고

해수욕장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이 피서객들이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장면이다.

하지만 올해 여름에는 한낮에 바다로 뛰어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는 것은 삼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충남도나 강원도의 경우에는 예년에 비해 해수욕장 피서객이 급감하면서 지자체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시즌 오픈 후 28일까지 동해안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360만명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4만여명에 비해 약 13% 줄었다. 특히 속초 해수욕장은 지난해보다 55%나 피서객이 감소했다.

여기에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자체는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했던 축제도 줄줄이 취소를 해야 했다.

폭염이 쏟아지는 한낮에 축제를 열어도 관광객들의 발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예 축제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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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회사들 문 닫나 모르겠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맥주다. 이런 이유로 맥주업계는 여름이 최고 성수기다. 연간 매출의 40%를 7~8월이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맥주 수요량이 급감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이는 국내 맥주회사들의 주요 공급처가 바로 술집인데 더위에 사람들이 술집을 찾지 않으면서 국내 맥주회사들의 매출도 급감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주52시간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덥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예 술 자체를 금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수입맥주가 최근 ‘4캔에 1만원’ 전략을 사용하면서 국내 맥주업계의 매출도 급감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컵얼음, 역대 최다 판매 기록

폭염이 지속되면서 24시간 편의점의 컵얼음의 판매량이 신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CU의 컵얼음 판매량이 월 판매량 기준 사상 처음으로 2천만 개를 넘었다. 이는 직전 달보다 30%가량 많은 수준이다.

사람들이 폭염이 지속되면서 시원한 것을 찾다보니 컵얼음 수요가 증가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은 컵얼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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