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삶 충족시키는 산업으로 변화 중

▲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지 약 한 달이 지난달 31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대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서울 중구의 청계천 광교가 퇴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로 분주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근로시간이 주52시간으로 축소된지 한달이 지나면서 생활상들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신규채용은 증가하고 있으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사람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회식 문화도 상당히 많이 줄어든 대신 운동이나 자기계발 같은 것에 몰두하면서 이와 관련된 산업은 활기를 띄고 있다.

반면 술집은 김영란법에 야근도 줄어들면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점차 생활상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속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52시간 근무가 우리 생활을 많이 변화시켜 놓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변화하는 대기업 직원들 vs 변화없는 중소기업 직원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7월에는 함박웃음이 터졌다. 사무실에서 6시만 되면 퇴근하라고 상사들이 종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퇴근 준비하느라 더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직장 상사들은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정시에 퇴근하지 않으면 내가 처벌을 받는다. 제발 퇴근하라”고 이야기를 한다면서 퇴근을 종용하는 풍습 때문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지난 7월 1일로 실시됐지만 적용대상은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이다. 때문에 아직까지 대기업 위주로 주52시간이 실시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그야말로 7월이 천국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아직까지 그림의 떡이다.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실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임금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야근을 하게 되면 야근수당을 받게 되는데 야근수당을 받지 못하면서 임금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임금이 줄어든 만큼 생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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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813개사가 2만 9151명 신규채용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주52시간으로 인해 813개사가 2만 9151명을 신규채용한다고 밝혔다. 즉 주52시간 근무로 인해 3만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뜻이다.

현재 1만 6천명 정도 채용이 완료된 상태고 앞으로 1만 4천명 정도 신규채용을 할 계획이다.

주52시간 근무로 인해 신규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에게만 적용된 주52시간임에도 이 정도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에 앞으로 중소기업 등에도 적용이 된다면 상당한 숫자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부는 300인 미만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을 법정 시행일보다 6개월 이상 먼저 적용할 경우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금액을 월 최대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존 노동자 임금이 감소하는 부분에 대해 1인당 월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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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새로운 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저녁이 있는 삶으로 인해 저녁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그만큼 여가 시간이 증가하면서 자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헬스클럽 이용자가 늘었고, 외국어 학원 등록을 하거나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는 등 아파트 주변 상가의 경우 활기가 찾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헬스클럽은 운영하는 김모씨(29)는 “확실히 한달 전에 비해 매출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 저녁에 운동하러 오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백화점도 문화센터는 직장인 대상으로 강좌를 20% 늘리는 등 활기를 보였고, G마켓의 경우 한달 간 운동기구 혹은 악기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한 온라인 쇼핑업체는 뮤지컬 공연과 전시관람권 매출이 각각 25%, 46% 증가했다. 실제로 저녁 때 대학로에서 연극을 구경하려는 직장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화관도 관람객 숫자가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월 전체 영화 관객 숫자는 1977만 6159명으로 전달 대비 467만명이 증가했다.

아이들도 신나기는 마찬가지. 매일 야근 때문에 늦게 퇴근하는 아빠·엄마 때문에 혼자 놀아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 아빠·엄마가 정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상당히 신나하고 있다. 더불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 역시 예전에 비하면 일이 상당히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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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대상으로 하던 술집은 울상

반면 부작용도 만만찮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야식이나 저녁 회식 장사를 했던 술집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서울 여의도역 주변 포장마차는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 지역은 금융권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곳인데 주52시간 시행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시행되면서 직장인들이 야식을 시켜 먹지 않게 됐고, 회식이 잦았던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이나 가족들과 놀아주기 위해 술을 줄이거나 아예 끊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에는 마을버스 등을 운전할 기사를 찾지 못해서 일부 노선은 아예 운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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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으로 가득 찬 ‘저녁 있는 삶’

문제는 주52시간 근무로 인해 ‘저녁 있는 삶’이 시행되고 있지만 자칫하면 ‘빈곤으로 가득찬’ 저녁 있는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주52시간이 시행되지만 앞으로 중소기업 등으로 확산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상당히 많이 나는 편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주52시간 근무를 하게 된다면 직장인들은 더욱 빈곤한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안으로 ‘유연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정부는 논의하고 있다. 유연근로제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탄력근로제인데 업무량이 없는 주의 노동시간을 업무량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으로 돌려 정해진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현행은 최장 3개월 단위로 조정할 수 있지만 이것을 늘려달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연장·야간 근로 등 법정수당을 정하고 고정적으로 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괄임금제가 실제 업무를 하지 않고 임금을 받는 악용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정·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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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생활, 그에 걸맞은 산업구조 개편도 필요

주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인해 생활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저녁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직장인들의 생활 변화를 소상공인들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신모씨(56)는 “이제 술집이 붐비는 시대는 끝났다. 저녁 있는 삶의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사업이 필요하다. 가게 운영도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시대는 증가하고 있고, 주52시간 근무 실시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계속 고수를 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생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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