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개 원문 파일 사법부 전산망에 모두 공개...내용은 충격적

▲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담겨진 문건을 31일 전면 공개했다.

이날 오후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문서파일 중 공개되지 않았던 나머지 196개 파일 원문을 사법부 전산망에 모두 공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전면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이 문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BH로부터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동력 확보방안’, ‘VIP거부권 정국분석’, ‘상고법원 설명자료(BH)’,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하야 가능성 검토’, ‘특검법 통과 이후 검토’ 등을 살펴보면 대법원인지 로비기관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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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를 향한 짝사랑

이번 문건을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를 향한 법원행정처의 짝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년 8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상고법원 관련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박 전 대통령 면담 전후로 청와대 설득전략이나 설명자료, 추진전략 등 일련의 문건을 작성했고, 그해 6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만났다.

또한 탄핵 국면을 맞았을 때 ‘하야정국’에 따른 대응전략을 세웠다. 당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와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등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현 대통령의 성향 상 떠밀리듯 하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놓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드러냄”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또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현 상황(지지율 5%, 집회 참가 인원 10만∼20만) 정도 지속만으로는 당분간 하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국주도권은 전적으로 국민 여론이 쥐고 있으므로, 향후 여론 변화 추이에 따라 대통령 하야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에 따른 사법부의 전략도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이 사법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일선 법관들의 판결 방향성에 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중도층의 기본적인 스탠스,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고 분석하면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에서는 계속해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회 로비에 총선 등에 대한 전망 보고서 작성도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로비를 해야 한다는 것과 총선 등 선거와 관련된 전망까지도 내놓았다.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전략’, ‘법사위원 접촉일정 현황’, ‘의원별 대응전략’,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전략’, ‘상고법원 관련 야당대응전략’, ‘상고법원 법률안 11월 국회 통과전략’, ‘상고법원 관련 법사위 논의 프레임 변경 추진 검토’ 등을 보면 대법원이 로비기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총선이나 재보선 등 주요 정치 선거 일정이 생기게 되면 향후 전망과 분석도 내놓았다. 이는 마치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데스크에 정보보고하는 듯한 모습이다.

‘재보선 영향 분석’, ‘정기국회 후 성공적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4월 총선 이전 국회 전망’, ‘413총선 후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 등이 그것이다.

전국 법관대표들이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차 임시회의에 참석해 의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개헌에 대한 준비도 드러나

이번 문건 공개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이 개헌에 따른 준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개헌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문건에서도 개헌 문제가 거론됐다.

문건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개원사를 통해 화두를 던진 이후 거의 모든 정파가 화답하는 형국”이라면서 개헌이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한 박근혜 당시 정부의 청와대가 표면적으로 개헌을 반대하고 있지만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다고 진단한 후 ‘퇴임 후 대비, 레임덕 관리, 업적 관리, 경제살리기 등 다면적 관점에서 고심을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개헌안이 실제 발의되거나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개헌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망하면서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총선 이후 도래할 개헌 정국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밟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학계에 폭넓은 우군을 확보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2차 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변호사 단체와 언론인 동향 파악도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변호사 단체와 조선일보 등 언론인 동향 파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통상임금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재판 관련 각계 동향 문건도 있다.

또한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2014년 기획조정실 명의로 작성된 문건에는 국민들을 이기적인 존재라고 취급했다.

문건에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임”이라고 적시했다.

때문에 대법관 업무가 많으면 단순히 대법관 증원하면 된다고 국민은 생각하기 때문에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충격에 빠진 국민들, 도대체 양승태 사법부가 꿈꾸는 나라는

이날 문건이 공개되면서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도대체 양승태 사법부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였는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재판거래 의혹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재판이 과연 정당하고 옳았던 판결이었냐에 대한 회의감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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