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 캠페인 두고 설왕설래...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가끔 방송을 시청하면 이른바 캠페인성 후원광고를 접하게 된다. 빈곤한 나라의 아이들 실명과 얼굴을 보여주며 후원을 당부하는 광고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빈곤 포르노’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자극적인 내용의 모금방송에 대한 규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 포르노는 인권침해와 함께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특정 지역의 주민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서구권을 중심으로 자극적인 모금방송이 역으로 인권유린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빈곤 포르노에 손보는 방심위

지난 11일 방심위는 제40차 심의소위를 열어 국제 구호단체의 기부금품 모집광고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피부가 갈라진 모습, 각질을 제거하는 등의 모습을 장기간 상세하게 보여줬다는 점을 논의했다. 해당 안건에 대해 전원합의로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내고 기타 다른 구호단체들의 후원 광고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국제구호단체 등은 방송을 통해 환자나 유아들의 얼굴과 실명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이들에 대한 후원을 해달라고 호소를 하고 있다.

이른바 동정심을 유발해서 후원을 받겠다는 취지이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김모씨(35)는 “국제구호단체의 후원금 모집 광고를 시청하면 상당히 불편하다.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그대로 노출시켜서 후원을 모집한다는 것인데 저들이 아무리 초상권 사용을 허락했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그대로 방송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부 김모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인터넷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제구호단체의 빈곤 포르노의 후원 모집 광고를 금했으면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글도 발견할 수 있다.

빈곤 포르노는 비단 국내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잔작가인 알레시오 마오가 찍은 ‘꿈의 음식’이란 사진은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해당 사진은 인도 지역 빈곤층 어린이들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있고, 그 앞에 화려한 음식을 차려놓은 사진인데 음식은 플라스틱 모형이었다.

알레시오 마오는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 재단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게재하자, 곧바로 비난이 쏟아졌다. 빈곤 포르노라면서 비난이 거셌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빈곤 포르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계 투명’

일부 국민인 빈곤 포르노에 불편한 이유는 국제구호단체의 ‘회계 투명’ 때문이다. 방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해당 광고 내에서 기부금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일절 나오지 않는 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지난해 ‘새희망씨앗’이라는 기부단체가 수년간 후원금을 빼돌린 사건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러웠다.

지난 2014년부터 4년 동안 128억원이란 거액의 기부금을 모았고 그중 120억원 이상 횡령한 것이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속았다”라면서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를 버리게 됐다.

때문에 빈곤 포르노를 앞세워 후원금을 모집하지 말고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자신이 내는 기부금이 정확히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주부 김모씨는 “기부는 아름다운 것이다. 때문에 누구나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빈곤 포르노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낸 기부금이 정확히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게 되면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새희망씨앗 윤모 회장(55)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김선영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판사는 31일 업무상횡령·상습사기·기부금품모집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새희망씨앗 대표(여·38)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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